법문(法門)을 들을 수 있는 귀한 인연의 힘
[질문] 부처(佛)의 씨(종자)가 연(緣)에 의지해서 생긴다는 말은 곧 훈습(薰習)의 의미인데,
법신불(法身佛) 보신불(報身佛) 화신불(化身佛) 이 세 부처 중에 어떤 부처의 종자가 연(緣),
즉 훈습에 의지해서 생깁니까?
[답함] 바로 보신불(보신부처)이니, 보신불(報身佛)은 연(緣, 조건), 즉 훈습에 의지해 이루어
지기 때문에 지혜(智慧)를 부처의 종자를 삼는다. 그러나 법신불은 작위(作爲)가 없고 분별
망상 번뇌가 쉬어져야 드러나므로 법신불은 부처의 종자(種子)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법신불과 보신불이 함께 갖춰져야지만 화신불을 발현해서 드러낼 수 있으니, 화신불은 법신불과
보신불의 합동 작용이다. 오직 보신불(報身佛 : 業力)만이 만법에 깃들어서 훈습하는 부처의 종자이다.
또한 마치 감로수가 나무잎 위에 안개와 이슬로 촉촉히 내려 그 물방울이 땅 속으로 들어가면
그 물이 또 하나의 연뿌리를 이루게 하고, 또 다시 연뿌리를 촉촉이 적셔주어서 싹이 돋아나고
연줄기가 자라는 것과 같다.
그 후 여러 차례 서로 돕고 훈습해 자수용(自受用) 보신불(報身佛)을 이루게 되는 것은 다시
촉촉한 습기(緣)를 만나면 싹이 돋고 줄기가 자라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부처의 종자는 완전히 스스로 훈습해서 성취됨을 알아야 하니, 처음으로 이 공부를
하는 사람이 어찌 법문(法門)을 듣는 훈습하는 힘에 의지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또 만법(萬法)에게 비록 부처가 될 인(因)의 성품이 있지만 만법은 반드시 인(因)과 연(緣)을
의지해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다.
* 명추회요 / 조당회심 / 장경각 / P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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