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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같은 마음에 비친 그림자들

장백산-1 2023. 9. 6. 14:57

거울과 같은 마음에 비친 그림자들


불법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본래성품을 밝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성(본래성품)은 단 한 순간도 어두웠던 적이 없고, 단 한 순간도 사라진 적이 없으며, 그래서 삶은 언제나 본래성품(본성) 위에서 피어나고 있다. 다만 분별 망상 등 온갖 생각들로 인해 본성을 확인하지 못한 채, 겉모습(상)의 이름(名)과 모양(色)만을 따르기 때문에 늘 그 자리에 있는 본래성품(자연성품)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선(禪)에서는 이 본래성품의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곤 한다. 거울은 세상 모든 것을 차별이나 분별 없이 있는 그대로 비추어 낸다. 거울 앞에 나타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좋아하는 것이거나 싫어하는 것이거나, 추한 것이거나 아름다운 것이거나 상관하지 않고 그저 비추어 낼 뿐이다. 그 때 사람들은 거울 속에 있는 온갖 대상들이 진짜인 줄 알고 좋아하는 것이면 애착해 가지려고 하고, 싫어하는 것이면 멀리 밀쳐내려고 하면서, 온갖 시비분별과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진짜 자기 인 줄 알고, 진짜 세상인 줄 착각을 하는 것이다.

본성을 확인한다고 함은 거울에 비친 그림자들을 보면서 그것이 진짜인 줄 알아 집착하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춰내는 거울이라는 그 본 바탕을 바로 보는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거울에 비치더라도 거울 자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거울은 모든 대상을 그저 비추어 낼 뿐 그 대상에 대해 아무런 판단 분별도 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으며, 그 거울에 비친 대상들을 대상으로 그 어떤 괴로움도 일으키지 않는다.

본래성품, 본래 마음이 바로 거울과 같다. 우리의 본래 마음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완전한 성품이다. 부처를, 깨달음을 따로 얻으려고 애쓸 것도 없고, 찾아 나설 필요도 없이,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한 시도 빠짐 없이 우리가 늘 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지 않는다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분별하지 않는다면,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을 따라가지만 않는다면, 그 모든 것들이 다만 마음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 실체가 아님을 안다면, 지금 이대로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모든 대상이 그대로 본성 아님이 없고 진리 아님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나 이름, 모양을 따라가지 말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거울이라는 바탕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이나 분별로 마음거울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음거울은 인식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마음거울(본래성품)을 확인할 수 있는가? '오직 모를 뿐'이다. 마음거울을 안다고 하면 어긋난다. 법은 알려지는 어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사 스님들은 마음거울을 머리로 헤아릴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을 쓰셨다.

도가 무엇입니까 라는 물음에, 마른 똥막대기라거나, 뜰 앞의 잣나무라거나, 손가락을 들어 보이거나, 알 수 없는 선문답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러한 방편이 바로 머리로 헤아리고 판단 분별해서 알려고 하는 그 모든 습관적인 방식을 그치고, 도무지 어찌할 수 없어서 앞뒤로 꽉 막히는, 은산철벽과도 같은, 오직 모를 뿐인,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공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간화선에서 사용하는 화두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의심이다. 도무지 풀 방법은 없고, 생각이나 의식을 조작해서도 안 된다면, 그러나 답은 찾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그저 꽉 막힐 뿐이고, 답답하고 갑갑할 뿐이며, 오직 모를 뿐이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알고자 하는 그러나 그 무엇도 할 수 없어 꼼짝달싹 못하는 문 없는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다 보면 활짝 열린다는 것이 바로 간화선의 방편인 화두이다.

내 인생 앞에 등장하는 그 모든 삶의 스토리며, 등장인물들이며, 그 모든 성취와 실패들 그 모든 것은 거울에 비친 허망하고 헛된 그림자일 뿐이다. 당신이 관심가질 부분은 거울에 비친 모습들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일어난 곳을 되돌아 비추어(회광반조) 마음거울 자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보고 있나?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