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라는 틀(관념)을 벗어버려라
신문에 한국 종교인구가 8천만명이 넘는다는 기사가 있었다. 부풀리기도 쉽고 또한 정확히 집계 내기도 어려운 것이 종교신자 현황이다. 또한 나라에서도 매년 종교별 인구분포를 데이터화해 내고 그 숫자에 종교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곤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종교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진리에는 울타리가 없다. 진리에는 내 것 네 것, 내 종교 네 종교라는 분별이 없다. 불법(佛法)이라는 울타리를 쳐 놓고 그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불교신자라고 하는 것은 불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금강경』에 '불법이란 불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불법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즉 불법이라는 개념에도 집착하면 안 되고, 불법이라고 고정된 어떤 실체도 있지 않다는 말이다. 불법이라는 틀, 불법이라는 관념, 불법이라는 개념, 불법이라는 상까지도 깨버렸을 그때 비로소 진정한 불법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불교를 신행하는 불자들은 스스로를 '불자'라는 틀에 가둬선 안 된다. 사람들이 불교를 믿고 신앙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불교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참된 불자라면 생각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그 어디에도 걸려선 안 된다.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불교라는 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진리라는 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을 때 비로소 불법을 바로 보고 실천할 수 있다. 불교를 버렸을 때 비로소 불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어디에도 치우쳐져 있지 않은 활짝 열린 이 세상의 본질적인 종교이고, 이 세상의 근본 진리라고 하는 말이 나온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불교의 참 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 불과하다.
물론 그런 오해가 있는 데는 불자들의 잘못이 크다. 불자들 스스로 '불교'를 틀에 가두고 그 틀 속에 많은 신자를 끌어 모으기에만 바빴고, 불자들 스스로도 그 틀 안에 갇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불교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으며, 어떤 말로도 규정지을 수 없다. 보편적인 진리를 이름하여 '불교'라고 이름짓기로 약속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의 불자, 수행자들은 그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불교'라는 틀을 만들어 두고 그 틀 안에 갇히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왜 불교신자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야 하는가. 불교를 어떤 하나의 '종교'로 가두어 놓고 사람들을 그 안에 많이 포섭시키기 위해 애쓸 것이 무엇인가. 불교의 신자는 생명 있고 없는 일체 모든 존재이고 생명이며 우주법계 그 자체다. 기독교 신자, 천주교 신자, 원불교 신자, 이슬람교 신자, 그리고 종교가 없는 그 모든 사람들이 불교의 신자이다.
이름을 불교라고 해서 그렇지, 이 모든 존재와 생명이 그대로 진리의 신자이며, 진리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좋은 도반들일 뿐이다. 네 신자 네 신자를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부처님과 하느님은 더 많은 신자를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모두가 진리의 신자요 진리의 길을 걷는 도반일 뿐이다. 그러니 참된 불교를 신행하려거든 불교라는 틀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참된 기독교 신자가 되려면 기독교라는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진리는 어딘가에 고착되고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려있는 것을 그 특성으로 한다. 각각의 종교의 틀에 대한 집착만 없으면 아무런 장애가 없고, 다툼이 없으며, 일체가 고요하고 평화롭다. 불교신자라는 틀이 없으니 타종교신자라는 틀이 있을 수 없고, 불교라는 틀에 가두지 않으니 일체 모두가 불교인 것이다.
이것이 이 세상의 종교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진리인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의 보편적이고 온전한 가르침인 것이다.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라 다만 이름이 기독교일 뿐이고, 불교는 불교가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불교일 뿐인 것이다. 불법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불법이다.
2015.05.01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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