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인생에서의 근원적인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그 물음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물음이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본업(本業)이다. 왜 그러한가. 간단하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를스스로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 것은 도대체 왜 일까. 그것은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나'라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남들이 '너 참 똑똑하다' 하니까 스스로 '똑똑하다'는 편견을 자신과 동일시 하게 된다. 그렇게 남들의 시선에 의존해 가짜 내가 만들어 진다. 내 스스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의해서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에 대해 하는 남들의 말 한마디에도 크게 휘둘린다. 남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능력 없다고 하면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나에게 하는 판단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내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를아는데 뭣하러 상대방의 평가에 휘둘리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남들이 하는 말에, 혹은 사회적인 잣대에 빗대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짓는데 익숙하다보니 남들의 말에, 또 외부적인 평가에 휘둘리며 얽매이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어리석고 황당한 일인가. 그런데 더욱 당황스런 일이 하나 더 있다. 그렇게 나를 판단하고 결정지어 왔던 바로 그 '남'들도 여전히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 줄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이 세상에는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도, 혹은 어떤 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많은 평가가 엇갈린다. 저마다의 온전하지 못한 자기 생각이라는 감옥에 갇혀 상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어리석은 판단과 견해에 휘둘려 나도 함께 더욱더 어리석어지는 일들이 이렇게 우리 삶 속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스스로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리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고 남들의 판단과 남들의 견해에 휘둘려 울고 웃으며, 즐거움과 괴로움 속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화두(話頭)다. 이 화두에 답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주변 사람이며 경계에 휘둘려 자기 중심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게 될 것이다.
붓다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평가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부처님을 보고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깨달았느니 깨닫지 못했느니 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부처님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환하게 깨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벌써 훤히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를 남들을 통해 알 필요도 없고, 그남들의 어리석은 판단 분별에 놀아날 것도 없다.
남들의 평가나 비교에 휘둘리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다. 그렇듯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구한 사람만이 비로소 대 평등의 고요함, 적멸(寂滅)을 맛보는 것이다. 이처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일생일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내 안에서 온다. 어떻게 오는가? 자꾸 묻고 또 묻고 우리 안을 향해 자꾸만 물음을 던졌을 때 해답은 찾을 수 있다. 문 밖의 손님이 주인을 만나려면 문을 두드려야 하듯, 내 안의 주인공을 만나고자 한다면 자꾸 내 안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자꾸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큰 의심으로 묻고 또 물으라. 이 말을 듣고 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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