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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미생전본래면목

장백산-1 2024. 3. 2. 15:12

부모미생전본래면목


어느 날 운암담성(782~841) 선사가 한 비구니에게 물었다. '그대의 부모님은 살아계신가?' '살아계십니다.' '연세가 몇이신가?'
'80세이십니다.' '어떤 이의 아버지는 나이가 80세가 아닌 이도 있다는데, 그대는 알고 있는가?'  ... ....
 
육신을 낳아주신 것은 아버지이고, 아버지는 나이가 80세이기도 하고, 돌아가시기도 한다. 그러나 꼭 이 아버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그저 인연 따라 나를 낳아주셨지만, '이것'이 없으면 나를 낳을 수가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부모미생전본래면목
이다.

당신은 연세가 몇 세 되신 당신의 그 부모님 말고 다른 부모님을 알고 있는가? 진정 이 우주 삼라만상을 태어나게 한 그 주인공, 
아버지 하느님, 어머니 대지를 알고 있는가?

운암담성 선사가 열반에 들 즈음 동산이 선사에게 물었다. '선사께서 열반하신 후 1백 년 뒤에 누군가가 '운암화상의 초상을 그릴 수 
있겠는가?'하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요? 운암담성 선사가 답했다. '그에게 다만 '그저 그런 놈이었다'고 하라. 동산은 운안담성 
선사가 한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운암이 입적한 뒤, 동산이 위산으로 가던 중 개울을 건널 때 개울 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크게 깨달아 운암의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게를 읊었다. '절대로 남에게서 찾지 말라. 멀고 멀어서 나와는 서먹하다. 나 이제 홀로 가지만 곳곳에서 
그를 만난다.'

'운암 화상의 초상화'는 운암스님의 본래면목을 말한다. 본래면목은 뭐 그리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본래면목은 신비롭지도 않고, 
고귀하지도 않다. 본래면목은 그저 그런 놈일 뿐! 그저 평범한, 지극히 당연한, 늘 이럴 뿐인,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이것일 뿐이다.
지금 당장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것일 뿐이다. 지금 이미 있는, 이 당연하고도 평범한 이것, 그저 이것일 뿐이다.

동산은 다리 밑에 흘러가는 개울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본래면목 이것을 깨달았다. 본래면목 이것은 남에게서, 밖에서 결코 
찾을 수 없다. 이것은 찾아서는 찾아지지 않는다. 나 이제 홀로 가지만, 곳곳에서, 가는 곳마다, 늘 이것을 만난다. 이것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찾겠다고? 이것 아닌 것을 가져와 보라. 일체시 일체처에 도대체 이것 아닌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