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處(3) - 세상은 내가 볼 때만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육내입처로 만들어 놓은 외부의 세계(육외입처)를 인식하고 경험하며 살뿐이다. 내가 세상이라고 여기는 세상과 다른 사람이 세상이라고 여기는 세상은 다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세상은 각각 다른 세상으로 펼쳐진다.
쉽게 말해서 나도 이 세상도 독립적으로 별개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연기하여 있는 것 처럼 여겨지는 존재로 인연가합의 존재일 뿐이다. 육내입처가 있으므로 육외입처가 있고, 육외입처가 있으므로 육내입처가 있을 뿐이지, 육내입처와 육외입처가 독립적으로 각각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즉 나와 세계가 실재로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볼 때 보이는 것도 함께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이처럼 연기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인연가합(因緣假合)이라고 하여, 거짓으로 화합된 것이다. 또한 연생무생(緣生無生)이라고 하여 인연 따라 생겨난 것은 사실은 생겨난 바가 없다. 연기법, 연기적으로 생겨난 것이기에 무아다.
실제 양자물리학에서도 물질을 관측을 하기 전까지 우주의 모든 물질은 입자가 아닌 파동의 형태로 으로 존재하며, 관찰하기 전까지 입자(물질)는 존재하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과거에는 이것이 미시세계에서만 이루어지는 법칙이라고 믿었으나, 점차 실험을 통해 거시세계의 모든 물질도 마찬가지임을 밝혀내고 있다.
가깝게는 2019년 11월 11일, ‘오스트리아 빈대학교(University of Vienna) 물리학 연구진’은 무려 2,000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대형 분자를 이용해 유기물을 통한 이중슬릿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유기물을 관측을 하지 않을 때는 유기물조차 물질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파동의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유기물 조차 관측하기 전에는 입자가 아니라 파동의 형태라는 것이다.
실재하는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 연생은 무생이다. 이 세상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일 뿐이지 진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볼 때만 있을 뿐이다. 내가 보지 않을 때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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