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없고 내 것도 없다
이 몸은 공적(空寂)하여 '나'도 없고 '내것'도 없으며, 진실한 것도 없다.
[화엄경]
이번 생 잠시 인연 따라 나왔다가 인연이 다 되면 인연 따라 갈 뿐이다. 사람이 장작 두 개를 비벼서 불을 피웠다면 불은 어디에서 왔는가. 장작 속에서 왔는가, 아니면 공기 중에서 왔는가, 그도 아니면 우리의 손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신이 불을 만들어 주었는가. 다만 공기와 장작과 사람의 의지가 인연 화합하여 잠시 불이 만들어 졌을 뿐이고, 장작이 다 타고 나면 불은 사라질 뿐이다. 이것이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존재의 생사(生死)이다. 불을 어찌 고정된 실체라 할 수 있겠으며, ‘나’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다만 공한 인연생 인연멸일 뿐이다. 여기에 내가 어디 있고, 내 것이 어디 있으며 진실한 것이 어디 있는가. 다 공적할 뿐이다.
이 몸 또한 그러하다. 인연 따라 잠시 왔다가 인연 따라 갈 뿐.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다. 내 성격도, 내 육신도, 내 마음도, 내 가치관도, 내 능력도, 내 소유도 그것이 나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런 것들을 나라고 집착하고 싶을 뿐이지. 그렇게 ‘나’라고 집착을 하고 의지를 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나’와 ‘내 소유’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의지처를 느낀다면 그것은 언젠가는 사라져 허물어질 것들일 뿐이니 공허감만 남을 뿐이다.
이처럼 나도 내 소유도 모두가 공적할진데, 무엇을 집착하고, 무엇을 얻고자 하며, 어딜 그리 바삐 가고 있는가. 나를 드러내고, 내 소유를 늘리며, 내 지식, 내 명성, 내 것들을 늘려 무엇에 쓸 것인가. 어느 하나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일진데.
갈 길 잠시 멈추고 물어보라. 과연 ‘나’는 있는가.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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