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홍장원 "경호차장, 내게 '그만하라' 해"... 검찰은 왜 김성훈 구속 막나

장백산-1 2025. 2. 5. 21:28

홍장원 "경호차장, 내게 '그만하라' 해"... 검찰은 왜 김성훈 구속 막나

김성욱입력 2025. 2. 5. 19:57수정 2025. 2. 5. 20:36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두 번 연속 반려... "검찰, 비화폰 서버 드러날까 두렵나"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해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최근 국회에서 마주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으로부터 '좀 그만하시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했다. 검찰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반려하면서, 김 차장이 자유롭게 윤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하도록 방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홍 전 차장은 전날인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지난번 국조특위에서 만났을 때 김 차장이 증인(홍 전 차장)한테 '이제 거짓말 좀 그만하시죠'라고 물어보니까, 증인(홍 전 차장)이 '미안하다. 가르마를 잘못 탔다'라고 대답했죠"라는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즉각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며 "김 차장이 저한테 뭐라고 했냐면, '아 좀 그만하시죠'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답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이 언급한 '국조특위'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시 국조특위에는 홍 전 차장과 김 차장이 함께 출석했다. 홍 전 차장은 이때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음을 재차 확인하면서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건 안 되겠더라",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있다. 어디? 평양. 그런 거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있다. 어디? 북한 보위부"라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내 주목 받았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처음 폭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김 차장과 홍 전 차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측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 측과 김 차장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홍 전 차장 입장에서도 대통령 측의 압박이라 느끼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김성훈 구속 두 번이나 막은 검찰... 비화폰 서버 '역린' 얽혀있나"
 
 
 
 
 
 
 
 
 
 
대통령경호처 내 핵심 실세로 통하는 김 차장은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고도 아직까지 구속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중간에서 구속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1월 15일 두 번째 시도 만에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한 이후 2번 연속 검찰에 김 차장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지난 1월 18일과 1월 31
일에 걸쳐 모두 반려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대 혐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검찰 선에서 계속 반려되는 것은 이례적일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먼저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뒤 법원에서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원에서 나온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들고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고도 경호처에 가로막혀 그냥 돌아오는 장면이 전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었다"라며 "이를 주도했던 피의자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경호처를 지휘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경호처가 관리해온 비화폰(보안 핸드폰)과 그 서버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경찰의 김 차장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비화폰은 도감청과 녹음이 안 되는 전화로 경호처가 관리한 것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주요하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김 차장 구속으로 비화폰 서버가 경찰로 넘어갈 경우 검찰에게도 '역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경호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경찰은 "이번 계엄 사태를 통해 윤석열 정부 내내 비화폰이 비정상적으로 쓰였다는 게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난 것"이라면서 "검찰이 유독 김 차장 구속에 머뭇거리는 걸 보면, 검찰 내 일부 고위급 인사들까지도 비화폰 문제에 얽혀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실제 경찰은 지금까지 모두 5번에 걸쳐 경호처에 있는 비화폰 서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김 차장이 이끄는 경호처가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그 오른쪽이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이다.

 

 
 
문제는 김 차장에 대한 강제수사가 하루하루 지연될수록 증거 인멸의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날인 4일 국회 국조특위에선 김 차장이 계엄 후인 지난해 12월 13일 자신의 부하인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비화폰 불출대장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윤 의원의 거듭된 사실 확인 요구에 김대경 본부장은 부정도 긍정도 못했다. 윤 의원은 김 차장이 계엄 선포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에도 민간인 신분이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만일 사실이라면 김 차장이 단순 경호 업무를 넘어 내란에 연루된 공범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도 가까운 것으로 거론돼왔다. 김 차장은 지난달 10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자진 사퇴로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김 차장의 전화를 압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경찰 측은 김 차장에 대한 3차 구속영장 신청 계획에 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윤석열 "홍장원에 말한 '싹 다 잡아들여'는 간첩 수사 얘기" https://omn.kr/2c3c9
'평양' 언급한 홍장원의 울분 "대한민국, 그러면 안돼" https://omn.kr/2byy7
경호처 김건희·김용현 라인, '관저 요새' 주도하나... "먼저 체포해야" https://omn.kr/2bsx2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