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저녁 식탁에 오른 것들 - - 이승하 시인 " 손을 씻고 모두 식탁에 앉는다 반주(飯酒)가 있고 꽃병이 있고 정겨운 대화가 있고 은근한 분위기가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눈앞에 펼쳐진 성찬 바짝 익혀서 나온 것들 어디서 달아나다 잡혔는지 너무나 고소하여 목구멍을 타고 슬슬 잘도 넘어간다 바싹 튀겨져 나온 것들 어디서 놀다가 잡혔는지 지극히 은밀하게 혀에 부드럽게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이런 고소함과 향기로움을 제공했던가 내 일용할 양식이 된 수많은 싱싱하게 살아 있던, 펄펄 날뛰던 것들 입천장에 악착같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 산낙지를 먹으며 나는 사후의 내 몸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무엇을 위하여 보시할 수 있을까 " (이승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 ㈜케이엠, 2018)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