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어느 퇴근길에 본 한국의 자화상. [213]
- 다뎀벼
어젠 연대에서 강의가 있어서 갔다가 동인천행 급행 전철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겪은 일입니다.
정부기관 실사땜시 가방이고 옆구리고 간에 산더미 같은 서류 낑낑대며
전철위 선반에 얹어놓고 한숨돌리는데
내 뒤로 40대 가장과 30대 가장이 섰습니다.
전철 창문에 비친 얼굴이 참...고단해 보였습니다..
차장님이라고 불리는 40대 가장과 과장이라고 불리는 30대 가장..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회식을 하셨는지
얼굴은 불콰했고...그 둘의 주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한국경제 아직 괜찮다, 한미 통화스왑으로 인해 우리는 살았다...
라고 외치는 리만(Lee Man) 브러더스 님들과 달리
그 둘은 회사 퇴직을 의논하고 있더군요..아니, 의논은 커녕 고뇌죠.
9월 위기설 없다더니 중소기업 아래서 부터 팍팍 다리 부러지는데
그때부터 회사에서 급여가 안나온 모양입니다.
어찌저찌 2개월은 버텼는데 30대 가장...이젠 더이상 힘들다는 거지요..
생활비 못 가져다 주니 대출 받아서 생활비 가져다 줬더랍니다.
40대 가장도 마찬가지라더군요..
아내한텐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대출 받아서 가져다 줬더랍니다.
근데 이젠 그것도 한계에 오더란 말이죠...
추가 대출은 더 이상 힘들고, 회사에선 답 안나오고.
그래도 차장이라는 40대가 30대를 붙듭니다. 12월까지만 기다려 보자고..
그러면 돈은 한번은 들어오게 되어 있으니.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이죠. 요즘같은 현금유동성이 떨어지고,
경제가 경색이다 못해 급추락하는 시점에..
이게 비단, 일부 회사만의 일 일까요?
아내에게도 말 못하고 몰래 대출받아서 생활비를 가져다 주는 이 사회가 정상은 아니죠.
한두회사만 그러는게 아니라 여기저기 퍽퍽 터지는 현상에,
흑자부도를 내고야 마는 비정상적인 시장.
그저껜 강남에 있는..머드라..한국 과학 기술관이었나..
국기원 건너편인데..암튼 거기서 열린 국토해양부 R&D 국제 심포지엄에 다녀왔습니다..
뭐, 애초에 잡혀 있던 예산이고...나 역시 머리수 채우러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거기 가니 이건 뭐 완전 딴 세상이네요.
정보만 있다면 사전등록만 하고나면 무료로 가서 앉아만 있으믄
크로커다일 우산 선물로 줘, 점심식사 무료로 근처 식당에서 쿠폰내면 먹게 해줘,
중간중간 호텔급 원두커피 비치해 놓고 맘껏 마시게 해줘...
영어로 진행되는거 좀 들어주기만 하면 되...졸리면 중간중간에 푹신하게 잠 자주면 되..
현관에 즐비하게 늘어선 내노라 하는 분들의 화환들..
딴 세상 같더군요...정부 사무관들 득실대고...씁쓸해 졌습니다.
그려, 난 내가 낸 세금 걍 쓰고 온 셈 치자라고도 생각하고.
날씨가 꽤 춥습니다...
다시 한번 가계부 들여다 보고, 서로 다독여 줍시다..
어제 강의하다 문득 자살한 초등학교3학년 그 아이가 생각나서 괜히 학생들한테
이따위로 돌아갈 나라를 위해서 내가 짱돌을 던지고 최루탄 쳐 마셨던 건지,
이 노무 사회가 정상인지, 인성교육과 뛰어놀며 자라야 할 아이들을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경쟁구조로 내모는 사회
,
아내 몰래 대출받아다 생활비를 줘야 하는 가장들이 늘어가는 사회,
하루가 멀다하고 공장 기계가 멈추고, 기계 팔아다 급여라도 줘야 하는데
기계조차 안 팔리는 경제를 보고도
안심하라고 국민 전체를 상대로 사기치는 사회...
신발이 작아서 발이 아픈데도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유서쓰고 자살한 엄마가 있는,
복지예산부터 줄이는 이노무 정부가 제정신인건지...화풀이겸 열변을 토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가심팍이 찢어집니다)
열받지만, 눈물나지만 이게 오늘, 2008년 11월 한국의 자화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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