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일에 제사상 차린 시민들
- 19일 밤 서울역에 울려퍼진 근조(謹弔) 대한민국 1년, 장송곡(葬送曲)
(커널뉴스 / 이강연 / 2008-12-20)
19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인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300여명의 카페 회원과 시민들은 카페 개설 1주년을 맞아 '謹弔 대한민국 1년, 葬送曲[장송곡] '이라는 주제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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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널뉴스 이강연 기자 |
이들은 "국민을 기만하고 서민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생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 2%만을 위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경찰은 문화제가 진행되던중 참가자들이 '명박타령'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개사된 노래를 부르고 정치적인 구호를 외치는 등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2차례의 경고방송을 통해 해산할 것을 종용하였다.
또한 행사장 주변에 전경 병력을 배치하고 행사 막바지에 참가자들을 에워싸며 해산을 시도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나 이날 문화제는 충돌 없이 문화제를 마무리 되었다.
2007년 12월 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일, 생일, 결혼기념일 겹친 날한편 12월 19일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선일'이자 '이명박 대통령 67번째 생일'이며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38번째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문화제에 참가한 한 시민은 "겹경사가 겹친 이 날, 대통령을 위해 차린 저 제사상을 보며 국민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라고 하여 현 정부의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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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널뉴스 이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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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도중 상영된 영상 ⓒ 커널뉴스 이강연 기자 |
ⓒ 이강연 기자
(http://www.humanpos.kr/news/article.html?no=1848)
근조 대한민국 1년 추도사
우리는 검은 옷을 입고 이곳에 모여 근조 대한민국의 장송곡을 부릅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중병 속에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반만년 빛나는 역사를 홍익인간 -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국조의 소중한 가르침 아래, 평화와 사랑과 인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정신으로 가꿔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국민들과 소통해 달라고, 1년이 되도록 켜든 촛불을 방패와 곤봉을 휘둘러 꺼버리고, 공권력을 동원한 상식 이하의 폭력진압으로 국민의 뜻을 묵살할 때, 이 땅의 민주주의는 참담히 죽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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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널뉴스 이강연 기자 |
돈과 권력에 눈이 먼 부도덕한 지배층과 기득권층에게 관대하고, 정의와 도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행동을 한 선량한 서민에게는 엄격하게 이 나라의 헌법이 왜곡될 때, 이 땅의 사법이 죽고,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무너졌습니다.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피눈물과 가슴앓이를 외면하고, 기득권층의 권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식물 국회는 더 이상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싹에게 자유와 평등, 창의적인 정신과 인성을 강조하고, 공동체의식을 가르쳤던 참교육자를, 적자생존의 논리 아래, 무한경쟁 속으로 내모는 일제고사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였다고 하여, 집단으로 퇴임시키거나 해임시키고, 이 땅의 청소년에게 그들의 지배논리에 맞춰 왜곡된 역사교육으로 우민화를 시도하였을 때, 이 땅의 교육은 참담히 죽어갔습니다.
언론장악과 언론통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국민을 예속화시키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까지 통제하는 독재사회를, 전 세계의 양식 있는 지성인들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우 겸손한 자세,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봐야만 했습니다.
'IMF같은 위기로 경제가 파탄 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말은 '지금 상황이 총괄적으로 볼 때 IMF 때보다 심각하다'는 말로 바뀌었고, 우리나라는 8년 만에 순 채무국으로 전락되었으며, 공약으로 내세웠던 7% 경제성장률은 3%로 수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2%로 보고 있으니 이마저 믿기 어렵습니다. 올해만 3000 포인트 간다던 주식은 한 때 892.16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부유층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환율을 세계적 추세에 역행, 연초 달러당 899원이 1525원으로까지 고공행진하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생필품가격을 급등시켰으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감소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중소기업체를 도산위기에 빠뜨렸고 경제를 파탄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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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널뉴스 이강연 기자 |
'새 정권에서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 공안검찰로 시민들을 공포로 움츠리게 하고 독재시절의 기억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핵겨울과 같은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생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썩은 뿌리로는 무성한 푸른 잎을 피울 수 없으며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도덕성을 구겨진 휴지처럼 내던져 버린 자리 위에, 자본의 논리로 쌓아올리는 거대한 모래성, 공권력을 동원하여 지키려 하지만, 거센 폭풍 앞에선 제 아무리 높은 황금빛 모래성이라 할지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애국심으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하여 오늘도 촛불 한 자루를 들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핵겨울 같은 동토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합니다.
촛불을 드는 일은 내 삶의 주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내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 세계와 인류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가장 낮은 곳에서 어머니 조국에 대하여 국민된 도리를 다하는 일입니다. 자유롭게 살 권리와 행복하게 살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아름다운 저항입니다.
촛불정신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바른 길입니다. 촛불은 곧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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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널뉴스 이강연 기자 |
지금 부르는 가슴 저미도록 아픈 장송곡을, 장송곡으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의 조국 어머니를 반드시 구해야 합니다. 기죽지 말고, 지치지 말고 끈기있게, 때로는 신명을 담아 지혜롭게, 흥분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뚜벅뚜벅 촛불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신음하며 죽어가는 대한민국을 구합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승전가를 목청껏 부를 수 있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 가열차게 전진해 나갑시다. 역사에 죄짓지 않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만이 자랑스런 조국의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희망을 노래합시다.
2008.12.19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