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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십계명

장백산-1 2008. 12. 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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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얘기 - 신십계명
번호 188209  글쓴이 초모룽마  조회 2660  누리 678 (683/5)  등록일 2008-12-23 18:15 대문 39 추천


신십계명과 노무현
(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08-12-23)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신'십계명 얘기가 나온다. '구'십계명하고는 차원을 달리하는데, 새로운 십계명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모세의 십계명이 그것을 만들어낸 집단의 내부(inner circle)에만 적용되지 다른 신을 섬기는 집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게다.

가령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은, 같은 신을 섬기는 유대인을 살인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이민족에도 똑같은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 아니다. 여호수아의 예리코 정복기를 보라.

아무튼, 책에 나온 10가지 신 계명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남들이 당신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2.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법,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라.

3. 자신의 생애보다 더 긴 시간 척도로 미래를 헤아려라.

4. 악을 못 본 척하지 말고 정의를 구현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5. 성, 인종, 또는 종을 근거로 차별하거나 억압하지 말라.

6.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라.

7. 모든 것을 시험하라. 설령 소중히 믿는 것이라고 해도 사실에 부합되지 않으면 폐기할 태세를 갖추어라.

8. 검열을 하지도, 이의를 막으려 하지도 말라.

9. 자신의 이성과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견해를 수립하라. 남들에게 맹목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라.

10.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9번, 10번을 주목해보자.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고 이렇게 인용까지 하게 된 것은 필자가 일전에 노무현에 대해 썼던 것과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서울이나 거대도시는 상징적 권력이다. (노무현이 시도했던) 이것의 해체는 기존의 중심 권력 - 또는 익숙한 권력현상 - 을 잃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할 말, "권력에 의지하지도 두려워도 말고 상식과 원칙하에 자신의 판단 따라 행동하자"는 노무현의 말에, 사람들은 꽁무니 빼고..'능력 있어 뵈는' 권력 뒤로 숨었다." <딴나라 이명박도 그까짓 민주주의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일보의 검증을 거쳐야...비로소 지식권력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심상정 같은 자칭 '정통' 진보류들에게 진보는 자신들만이 독점해야 할 그 무엇이다. 나름대로 투쟁도 하고 장사도 하여 진보 전문가요 권위자가 됐는데 그 질서를 노무현이 무참히 깨트리니 미칠 노릇 아닌가. 노무현은 푸코의 말처럼 "지배적 진리(권위)를 의심하라." 하면서 그것을 깼다." <심상정을 찾지 않고 노무현을 외치다>

신십계명, 특히 9,10번 계명을 깡그리 무시한 결과가....바로 이명박이라는 자의 대통령 당선이라는....희대의 '실수'로 나타났다.

사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어느 특정 지도자의 수준은, 못할 말이지만, 그자를 뽑은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정확히 반영한다. 몇 년간을, '지배적 진리'를 의심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남모를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열렬한 신자유주의자 리프만은 "우리가 사는 세계는 너무도 크고 복잡해서...그것을 직접적으로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어떤 이미지들을 재구성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천민'들이여, 그리하라!

이미지의 생산 주체는 거개가 미디어(또는 그것을 소유한 지배 권력)이다. 대중은 세상을 대신 해석해주는 미디어의 적극적 소비자가 되어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 알게 모르게 - 수동적으로 길들여지게 된다. 여기에 걸려들면, 가령, 위장과 사기 전문가도 '경제 살리기 전문가'로 쉽게 둔갑이 가능하다.

그 이미지들을 거부하고, 시민 스스로 직접 세상을 이해하려 하거나 '감히' 여론을 만들라치면(예를 들어, 올해 거리를 뒤덮었던 촛불들은), 리프만류의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그것은 필경 '민주주의의 위기'다.

대중이, 자기판단 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게 하고 미디어가 제시하는 지배적 담론에 순응하게 만드는 가장 '실용적' 방법은, 죄책감(처벌 또는 금기)과 증오감의 유발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원죄라는 개념을 휘두르면서, 또 우상 숭배하는 이민족들을 증오하게 만듦으로써 신자들의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미국 콜로라도에는 '지옥'을 설득력 있게 보이게 하려고 유황불과, 악취와 비명 소리가 가득한 진짜 지옥 같은 광경을 실제로 재현한 <지옥의 집>이 있다고 한다. 이 '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사람의 직업은 뭘까??)은 이 집에서 '교육' 받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를 열두 살이라고 강조했다! 지옥이 실재한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믿게끔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연령대라는 것.

조선류는 '어떻게 만든 단독정부, 어떻게 만든 한미동맹, 어떻게 만든 사학재단인데'라고 하면서 그 단어들을 꺼내는 것조차, 그것들에 일말의 의문을 갖는 것조차 '죄악'시 한다. 그것을 단죄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들은 따라서 신성불가침이다. 어딜 감히!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촛불, 전교조, 노무현, 햇볕정책, 북한....등등에 대해 끊임없이 증오감을 부추겨 열독자들의 이성적 사고를 막아버린다.

"이놈도 나쁘고 저놈도 나쁘니, 에라, 관심 갖지 말자."

요즘 조선류에서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양비론이다. 갱제가 어려운데 "망치를 들고 의사당 문짝 부순" 야당에 분노하라고, 정치를 혐오하라고 꼬드긴다. 양비론은 신자들의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소재다.

"국회가 결국 망치소리에 무너지고 말았다. 어제...국회 회의장 앞은 극소수 불법·폭력 세력이 쇠파이프와 쇠구슬총으로 법과 질서를 유린하던 촛불시위 현장을 빼닮았다. 공사장용 망치와 끌, 전기톱이 동원된 게 다를 뿐"

"한미 FTA 국회 상정을 막겠다고 공사판의 해머를 들고 날뛴 것은 보통 모순이 아니다. FTA를 처리해야 오바마 측이 재협상 이야기를 꺼낼 빌미를 주지 않고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측 논리도 설득력이 있는 게 못된다."

'....하더라도 불법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이들 조선류 사설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당신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게 된다...무얼 해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르게 된다." 즉, "망치로 부서진 문짝이 문제인지, 전 국민의 삶에 직접 관련된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것이 문제인지", 그만 깜빡 잊게 된다.

촛불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에는 관심 갖지 않고, (조선들이 읊는 대로) 차에서 꼼짝 못한다고, 그저 보기 싫다고 신경 끄는 순간, "민주시민 여러분들은 제대로 낚인"거다. 정치꾼들은 여러분한테 바로 그것을 원한다. 반면, 그 정치꾼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정치에 아주 많은 진짜 '관심'을 가지게 되어, 선거 때마다 제대로 된 인간들에게 투표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다."

조선류와 이명박들의 노무현 죽이기(증오감 키우기)는 내내 계속된다. "찌라시들이 원한 대로 중딩 이하의 사고력만 있으면 좋겠는데, 노무현은 국민들을 그 이상으로 만들길 원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사실 지극히 평범했다. 단지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의심해보라는 비판적 사고를 원했을 뿐.

조선들과 이명박류는 이 별로 대단치도 않은 것이 두려웠던 거다. 사람들이 제대로 판단만 한다면, 은폐되어왔던 실체가 폭로될 뿐 아니라 자기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대로 세상을 해석하지 않을 테고, 엄숙한 당국의 담화문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에 불어닥친 애국주의 광풍도 '손수건을 지참해야' 하는 죄책감과 증오감을 바탕으로 한 거다. 미국을 '신성한 땅'으로 만들라는 하느님의 소명을 받았는 데 말이다, 그 거룩한 땅이 사탄의 공격을 받지 않았는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휩쓸었을 때 근본주의자들은 그것이 불경한 자들 - 무신론자 - 에 대한 신의 분노라고 주장했다던가)

이교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증오도 물론 그때 절정에 올랐었다. 한 진보한다던 미국 내 먹물들마저 희대의 악법 '애국법'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었다. '악의 축'들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악한 폭군으로, 사탄으로 믿어졌다. 정상적 시각과 비판적 사고는 불가능했다.

오바마가 당선됐다고 미국이 이제 건전한 이성을 회복했을까?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아래 기사를 보자.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의 축복기도를 대표적 복음주의자 릭 워렌 목사에게 맡긴다는 소식이다...오바마가 보수 기독교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다른 어떤 세력보다 결집도가 높은 데다...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복음주의자들은 정치와 종교 분리라는 과거의 관행을 깨고 정치에 적극 개입, 레이건, 부시 부자의 대통령 당선에...큰 역할을 했다...릭 워렌의 등록 교인은 8만5천 명, 출석 교인 2만여 명이다."

신정일치의 미국 만들기와 진화론 대신 창조론을 교과서에 싣자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이런 교회, 저런 힘 가진 목사가 미국에 어디 한둘인가?

미국이나, 어쩌다가 이명박 치하에서 신음하게 된 한국이나, 사람들이 많이 깨닫고 있다고는 하지만, 리프만의 '이미지'들은 앞으로도 엄연히 작동될 것이 분명하다. 저들은 그런 것에 전문이니 말이다. 그 이미지들과 싸워야 하고, 신십계명을 새삼스레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암울하다. 


 

ⓒ 초모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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