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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88262 글쓴이 시간의상처 (time) 조회 2521 누리 591 (591/0) 등록일 2008-12-23 2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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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무식하거나 무모하거나 (서프라이즈 / 시간의상처 / 2008-12-23)
* 간만에 올립니다. 게으른 죄, 씻을 수 없지요.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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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 ⓒ 2008 대한민국 정책 포털 |
한때 내 꿈은 '역사교사'였다. 계기는 간단했다. 중학교 때 국사 교과서에서 단군조선이 한낱 '설(說)'로 규정돼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환단고기>나 '다물' 같은 대체 역사에는 관심이 없지만, 엄연한 사실조차 왜곡해대는 자들에게 염증을 느끼는 것은 여전하다.
그자들은 우리 역사에 대해 무턱대고 축소하거나 왜곡하려 든다. 그들은 얼마 전에는 올해 발간 예정이었던 10만 원짜리 지폐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원했던 인물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닌, 김구 임시정부 주석이 선정됐다는 이유로 지폐의 발간을 무효화 시켰다. 그들을 지칭하는 말은 '뉴라이트'다.
뒷면 지도에 독도가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너저분한 이유는 대지 말라. 뉴라이트들과 청와대의 그 이름도 유치찬란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가 '건국' 60주년이라면, 우리 민족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자주적인 독립국가였던 적이 없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뉴라이트들조차도 입에 달고 사는 '5천년 역사'는 뭔가.
'종군'위안부라고?
또 하나 있다. 지난 11월 4일과 5일 해괴하기 짝이 없는 문자를 받았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명의의 그 문자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한 산하단체가 종로 인근에서 '종군'위안부 퍼포먼스를 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에 뉴라이트들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역사 인식이 녹아 있다.
뭐가 문제냐고? '종군'위안부라며? '종군'이라는 말의 의미나 알고 쓰는 것인가. 국어사전이나 찾아보고 쓰는 것이냐는 말이다.
종군 [從軍] [명사] 1. 군대를 따라 전쟁터로 나감. 2. 전투 목적 이외의 일로 군대를 따라 같이 다님. 예문] 종군을 지원하다. 전세가 불리하다는 소식을 들은 형은 종군을 결심하였다. 국군의 북진과 때를 같이하여 기자들은 종군 활동을 하였다.
이 말은 '자발성'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낱말이다. 즉, 뉴라이트들이 갖다 붙인 명칭인 '종군'위안부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의 '성(性) 노예'가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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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사관 앞,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 2008 박항구 | 하긴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라는 자는 "위안부는 없었다"고 공개 방송에서 떠들었고,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같은 자는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으니만큼, 어찌 보면 뉴라이트들의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은 자신들의 역사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말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는 오로지 이승만 세력?
오늘, 그러니까 2008년 12월 23일자 <한겨레>에는 황당한 내용의 기사가 하나 실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모태를 '미군정기'라고 표현한 책을 만들어 전국 중고등학교에 3만부 정도 뿌린 것이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 책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건국 60년 기념사업'의 일환이란다.
<한겨레>가 문화부와 일선 교사들의 말을 종합해 전한 바에 따르면, 문화부는 이른바 '건국 60년'을 맞아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 소속 교수들에게 용역을 줘 만든 200쪽 분량의 <건국 60년 위대한 국민-새로운 꿈>이라는 책을 지난 10월 말 전국 중고등학교·대학·군부대·정부기관 등에 배포했다.
이 책은 '교과서포럼'의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운영위원인 강규형(명지대)·김영호(성신여대)·김일영(성균관대)·전상인(서울대) 교수 등이 집필했다.
기사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역사를 담은 교과서 형태의 이 책에서 저자들은,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임시정부는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이 아니었다. 현실 공간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는 1948년 8월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썼다.
쉽게 말해, 저 말은 대한민국의 건국 공로는 오로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그를 추종했던 세력에게 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힌 헌법 전문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즉, 위헌적인 요소가 다분한 내용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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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의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 ⓒ 2008 박항구 | 이에 대해 이용중 동국대 법학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을 보면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은 임시정부"라고 지적하고 "만약 1948년 8월을 건국의 기점으로 잡을 경우 일제 강점기 독립투쟁의 역사를 전면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책은 또 미국 정치제도 도입 등을 근거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실상 모태는 미군정기(1945~48)였다(114쪽)'고 기술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군의 명령을 따라야 했던 군정이 민주주의의 모태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식 이하"라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비판을 실었다.
다시 보는 헌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1987년 10월 29일."
이게 바로 뉴라이트들이 틈만 나면 부정하려고 애쓰는 우리 헌법의 전문(前文)이다. 친절하게 밑줄까지 쳐놨으니, 뉴라이트 인사들의 얼굴 위쪽에 난 두 개의 구멍이 '제2의 콧구멍'이 아닌 '눈'이라면 똑똑히 읽어둬라. 초등학교만 제대로 나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말이므로 해설은 생략한다.
얼마 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른바 '현대사CD'가 '4.19'를 '4.19 데모'라고 표현하고 6.10 항쟁과 5.18 광주민중항쟁을 빼먹었다가 곤경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사고뭉치 유인촌 장관을 수장으로 둔 문화체육관광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민족'은 '보수'의 전유물이다. 그런데 '보수'를 자처하는 뉴라이트들과 이명박 정권은 '민족'보다는 '수구 기득권 친일파 후손 천민자본주의 세력'을 대변하고 있다. 자칭·타칭 '정통 보수'들, 이 겨울 추위에 다 얼어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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