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건 우리뿐…KBS 살리러 총알받이 각오" |
번호 14783 글쓴이 디케 (gdhwang) 조회 323 누리 254 (254/0) 등록일 2009-1-28 22:27 | 대문 4 추천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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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BS 기자·PD들 노조없이 전면제작거부 출정식 '비장한' 각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징계 당하고, (잘려서) 월급까지 다 내어주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동료가 아니라 가치를 지키려는, 가슴 속 깊이 눌려있던 진정성을 얻었고, 둘째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극복하고 이 자리에 모이게 한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옆의 동료들이 살아 움직이는 가슴으로 다가오게 한 연대감이다. 두렵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역사는 법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왔다"(임장원 < 뉴스9 > 주말 앵커). "더 이상 다치는 사람 안 나왔으면 한다. 방법은 단 하나다.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이탈자 없이 단결해서 잘 가시면 이 두 분처럼 또 기자 PD협회장이 다치고, 징계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성재호 기자).
KBS 기자와 PD들이 노동조합의 보호없이 무기한 전면 제작거부의 깃발을 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과 낙하산 사장 임명을 제청한 이사회를 반대하고 이병순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던 양승동 PD('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와 김현석 기자(사원행동 대변인) 파면, 성재호 기자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린 이병순 사장에 맞서 투쟁에 들어간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이 28일 돌연 예정된 투쟁일정을 철회한 데 따른 것이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와 PD협회(회장 김덕재)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자정(29일 0시)부터 모든 협회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기자들은 지역총국의 조합원을 제외한 300∼350여 명이 참여하며 일부 앵커도 교체될 전망이다. 야근자들도 전원 제작거부에 동참하게 됨에 따라 뉴스제작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기자·PD들 "유광호 파면·이병순 몰아내자" "우리만 남았다…총알받이 각오" 비장감 감돌아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지금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다. 회사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반성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 협상 과정에서 있어서 끊임없이 '당사자의 반성과 선처를 구한다'는 워딩을 요구하고 있다"며 "결국 골치아픈 사람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말 안 듣는 사람,생각 다른 사람 목에 칼을 들이대고 전향하면 살려주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도 이제 우리가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뽑아들었다. 내일부터 들어가는 제작거부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다시한번 이번 제작거부 투쟁에 강고한 대오로 똘똘 뭉쳐서 반드시 우리의 동료를 구해내고 쓰러져가는 KBS 구해내고 뉴스 프로그램 반드시 다시 구해내자"고 촉구했다. 김덕재 회장 "지금까지 확인된 건 후배 목에 칼 대고 전향 요구한 것 뿐" 민필규 회장 "회사가 우리 갖고 놀아…동료·우리·KBS 비판정신 살리기 위한 싸움"
민 회장은 또 이 싸움을 하는 이유에 대해 "투쟁을 위한 투쟁도 아니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투쟁도 아니다. 동료를, 회사를 살리기 위한 투쟁이자,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한 투쟁"이라며 "정권이 바뀐 뒤 뉴스의 후퇴, 비판 프로그램 폐지 등 중심을 잃고 있다. 비판정신이 사라진 것은 우리가 회사를 견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동료 뿐 아니라 우리 회사의 비판정신을 살려내기 위해 싸워나가자"고 결의했다. 파면처분을 당한 김현석 기자는 "(이병순에 대한) 우리의 침묵에 KBS 9시뉴스 시청률이 떨어지고, 공정성에 도전을 받고 있다. 지금은 말을 해야 한다.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는 말을 해야 한다"며 "회사가 징계를 받은 3인에게 '회사는 다니게 해주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단순히 우리들이 회사는 다니게 해주겠다는 차원의 싸움이 아니다. 'KBS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싸움'이라는 마음 변함없다. 어떤 자리에 놓든 평생 쉬라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석·양승동·성재호 "제대로된 KBS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오늘 재심청구"
오는 30일까지 기한인 징계 재심청구와 관련해 김 기자는 "우리의 재심청구서(에 들어가는 문구)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지 않도록 오늘 저녁 우리 양심에 따라 재심청구서를 내고 사쪽에 반성할 기회를 더 빨리줄 것"이라고 밝혔다.
300여 명의 KBS PD·기자들이 28일 오후 6시 30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전면 제작거부 투쟁 출정식'을 열고 오는 29일부터 무기한 제작거부 투쟁을 선포했다. 사실상의 파업 선언이다. 출정식 내내 비장감이 맴돌았다. 조합원들의 '방패'가 되어야 할 KBS 노조는 이날 새벽 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겠다고 통보했다. 이제 맨몸으로 전선에 서게 된 그들에게도 징계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파면해임 인사폭거 이병순은 각오하라"고 외쳤다. "독재정권 닮아가는 언론탄압 중단하라"며 결기를 더 날카롭게 세웠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기자협회, PD협회의 비대위원들, 여기 계신 동료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내일부터 시작되는 제작거부 투쟁은 명백히 불법이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제작거부를 의결했던 그때와 한 치도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 그때 결기와 의지를 다시 모아 나서자. 똘똘 뭉쳐서 반드시 우리 동료를 구해내고, 쓰러져 가는 KBS를 구하고 무너져 가는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을 반드시 다시 구해내자." '방패막' 역할 노조는 물러나고 맨몸으로...
'티'는 잘 나지 않았다. 보도본부의 데스크급 고참기자들이 '구멍'을 메웠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종료 시점 없이 진행되는 제작거부 투쟁이 진행되면 근근이 버텨오던 사측도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 그만큼 투쟁의 전면에 나선 이들 역시 다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태가 이렇게 확산되도록 만든 것은 회사였다. 김 협회장은 "사측이 노조와 협상과정에서 끊임없이 징계 당사자들의 반성과 선처를 구한다는 말을 넣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말 안 듣는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 목에 칼을 들이대고 전향하면 살려주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도 "우리는 뉴스에 타격이 가지 않도록 야근자, 연휴근무자도 넣어주고 데스크가 일하는 것도 묵인하며 양보할 만큼 양보했는데 회사는 양보안을 단 하루 만에 거둬들이는 등 우리를 가지고 놀았다"며 회사의 변하지 않는 태도에 분노했다. 그는 이어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10년 이상 KBS를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매체로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며 "여기 있는 선·후배 똘똘 뭉쳐 끝까지 싸우자, 우리를 모두 자르면 회사가 문 닫을 수밖에 없다는 각오로 붙어보자"고 말했다. 지난 16일 파면·해임 당한 이들은 전면적인 투쟁에 나선 선·후배·동료들을 걱정하면서 "우리를 위한 싸움이 아닌 KBS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한 싸움을 하자"고 당부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에 재심청구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가 요구하는 식의 '반성문'은 아니었다. 파면된 김현석 전 KBS 기자협회장은 "지난해 8월 8일 경찰 난입 이후 우리가 취해온 행동과 생각이 정당했다는 생각에 변함없다"며 "사측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이번 싸움은 KBS가 잃어버린 신뢰도 되찾고 국민의 사랑도 다시 받을 수 있는 싸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자리에 놓이든 여러분과 함께 투쟁의 전선에 있겠다"고 말했다. 해임된 성재호 기자는 "재심청구서는 제 양심에 따라, 제가 작성해 징계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양심에 꺼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청구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 기자는 '민주광장'에 모인 동료·선·후배들을 걱정했다. "작년 8월 양승동·김현석 양 협회장이 나섰던 것처럼 일이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이 분들의 뒤를 이어 일하는 이들이 또 다시 다치지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 더 이상 다치는 이가 없도록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단 한 사람의 이탈자도 없이 단결해 가야 한다." "역사는 법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것"
주말 < 뉴스9 > 을 진행하고 있는 임장원 앵커는 "올해 경영적자를 면하는 게 최대 목표인 회사가 경비절감을 위해 투쟁을 자극하고 유도하고 있다, 15년을 다녔으니 퇴직금도 좀 되고 아내도 일을 해 생존에 문제는 없으니 퇴직금이 나오지 않는 파면을 당하지 않는 선까지는 투쟁하겠다"며 회사를 비꼬았다. "이번 투쟁으로 우리가 월급을 다 내주며 얻은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하나는 진정성, 가슴 깊이 눌려 있던 가치를 지키려는 진정성을 지금까지 싸우면서 얻어냈다. 두 번째는 용기.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 두려움을 떨쳐내고 모였다. 마지막으로 연대. 일을 할 때보다도 이번 투쟁 동안 내 옆에 있던 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가슴으로 다가왔다. 설사 회사가 우리를 자르더라도 미니방송국을 차려도 될 정도다. 싸움을 했으면 이겨야 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데 그렇다면 노예해방이나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같은 일은 역사에 없었을 것이다. 역사는 법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냈다고 믿는다." 경제팀의 김원장 기자는 최근의 KBS 뉴스 콘텐츠를 지적하며 이번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의 9시 뉴스 첫 리포트 제목이 '투쟁기금 어떻게 마련했나'다. 그게 궁금한가? 수십명 농성하고 있는 건물에 수 배가 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것이 과연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인지, 그럴 거라면 코브라헬기를 투입하는 것이 낫지 않은지 봐야 하지 않나? 다 공감하겠지만 현실에서 느껴진다. 정부와 여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보도를 하려면 치밀한 전략을 짜서 데스크와 만나야 할 정도로 사정이 열악해졌다. 뉴스가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역시나 마지막 발언은 '변함없는 단결'에 대한 호소로 이어졌다. 최광호 기자는 "사실 두려움이 있다"며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제2의 김현석, 양승동, 성재호가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어깨 걸며 계속 싸우면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D협회와 기자협회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연합집회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양 협회는 앞서 밝힌 대로 오후 1시 협회별 총회, 오후 3시 연대 집회를 여는 하루 종일 제작국을 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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