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민족경제협력 및 북핵문제등

남북평화의 시장가치는? 민항기 북한영공 우회를 보며...

장백산-1 2009. 3. 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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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의 시장가격: 민항기 북한상공 우회를 보며
번호 23011  글쓴이 Crete (Crete)  조회 1282  누리 531 (601/70)  등록일 2009-3-7 06:47 대문추천 42   참고자료


민항기 북한 상공 우회를 보며…
(서프라이즈 / Crete / 2009-03-07)


공기나 물처럼 주변에 있을 때 가치를 느끼지 못하던 것들이 갑자기 귀중하게 여김을 받을 때는, 그런 흔해빠진 것(?)이 사라져 버릴 때죠. 즉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나 갈증을 느끼고 나서야 우리는 생명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일단 이번 민항기 우회를 통해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남북평화가 망가질 때, 우리와 북한이 각각 입을 손해를 따져 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북한부터…

 

 

 

▲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항로 현황. [자료제공-국토해양부] (통일뉴스인용)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북한 영공이 아니라 북한이 관장하고 있는 비행정보구역이라는 놈입니다. 위 그림에 보시다시피 B467이란 구간을 우리 국적 항공사들이 요긴하게 써먹었죠.

 

뭐… 우리한테만 좋았던 건 아니고요. 북한도 우리 국적 항공사들에 저 구간 통과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매년 30억 원 이상을 챙겼다고 합니다. (출처 ☜) 우리 국적 항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항공사까지 치면 매년 50-60억 원 정도 수입이 생겼으니 빡빡한 북한 사정에 쏠쏠한 수입원이었을 겁니다 (출처 ☜).

 

이제 북한은 자신들의 조치로 최소한 우리 국적 항공사가 지불하던 매년 30억 원 이상의 통과료 수입은 날아가 버린 셈이 되었죠.

 

그럼…

우리는 B467 구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손해를 볼 일이 없는가? 이런 질문이 당장 생기죠.

매번 비행기 한 대 통과할 때마다 북한에 이용료로 135만 원 정도를 지불했는데 저길 통과 못 하고 일본 비행정보구역으로 돌아가면 300-400만 원 정도가 더 든다고 하네요(출처 ☜).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예전에 북한정부의 수입이던 통과료는 이제 일본정부의 수입으로 바뀌고 말이죠.

 

대략 우리 국적 항공사들은 매년 70-90억 원 정도의 추가 지출과 함께 비행시간 증가에 따른 고객불만을 떠안아야 하고, 반대로 일본 정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과 이에 반발한 북한 정부의 조치 사이에서 어부지리로 매년 30억 원 이상을 챙기는 횡재를 하게 된 거죠.

 

아무튼, 우리가 얼마를 손해를 보던, 그리고 일본 정부가 얼마나 추가 수입이 생기든 말든… 나는 무조건 북한에 한 푼이라도 자금 유입이 되는 건 참을 수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께는 좋은 뉴스일지 몰라도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이게 우울하기 짝이 없는 소식입니다.

 

이제 조금 시야를 넓혀보죠.

지난 10년 동안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죠. 이게 무엇이냐 하면 당장 20, 30년 전만 해도 한반도에는 늘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상존해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외자를 도입할 때, 돈을 빌려주는 외국은행 입장에서 그런 전쟁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자율을 조금 더 높여 받았던 걸 말하는 겁니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 노력 덕분에 최소한 우발적 충돌이라면 몰라도 의도적인 군사도발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고 따라서 외자 도입 시 최소한 군사적 긴장감에 따른 불이익을 당할 일은 예전보다는 없어졌다는 거죠.

 

이제 다들 아시겠지만, 국제 금융시장 사정이 썩 좋지를 못합니다. 최근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도 그렇고 작년 초는 물론이고 작년 말과 비교해도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지불하는 이자율이 장난이 아니게 높아졌죠. 쉽게 얘기하자면 외국 은행 입장에서 꼬투리 잡을만한 것이 있으면 최대한 꼬투리를 잡아 비싼 이자율을 때릴 분위기란 말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독한 마음 먹고 서해안이든 어디든 국제 언론의 시선을 끌 만한 군사도발을 벌일 경우 지금 우리가 물고 있는 이자율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율을 물어야 할 조건이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거죠. 일단 아래 도표를 보세요.

 

 

▲ <출처: 로이터통신 2월 27일 기사>

 

 

이게 작년 초부터 올해 2월 말까지의 우리나라 외자도입 조건의 변화를 담은 도표입니다. 위 그림 중에 주황색 실선을 보세요. 이건 우리나라가 1만 달러를 외국은행에서 빌릴 때, 이를 보증받기 위해 매년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나타냅니다. 작년 초에 1만 달러 빌릴 때, 겨우 46달러만 내면 되던 것이 이제는 456달러를 내야 하죠.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만 거의 2,000억 달러입니다(출처 ☜).

불과 1년 전의 상황과 현재 상황의 차이가 무엇인지 감이 오시는지요…. 바뀐 거라고는 대통령 하나밖에 없는데 외자도입 시 지출되는 경비가 10배가 넘어 버렸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죠. 당연히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외자도입 여건의 악화는 사실이니까요.)

 

거기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계속되어서 만약 서해안에서 대규모 해상 충돌이 벌어지거나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시위가 벌어지면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외자의 이자가 얼마나 더 높아질지 생각 좀 해 보세요. 그리고 그렇게 비싸게 도입되는 외자로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사람들은 또 누구겠느냐고요? 그리고 추가로 나가는 이자와 도입 비용은 결국 여러분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도 좀 챙겨서 생각하시고요.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퍼주기니 뭐니 말이 많았고 때로는 북한의 눈치 없는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적도 있기는 하지만, 국내외의 모든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 하나는 남북 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평화가 정착되었다는 걸 겁니다. 이런 평화는 여러분이 느끼시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분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 주고 있던 거죠.

 

자그마치 10년이나 지속된 남북 간의 평화가 우리 국민들에게 준 건 아쉽게도 우리국민들로 하여금 이런 평화의 가치를 점차로 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겠죠. 덕분에 남북 간의 긴장 고조도 자신들의 정권안보에 사용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정부의 등장에 거의 과반수의 국민들이 손을 들어주기도 했고요. 북한에 나가는 돈만 아까와 했지, 그런 평화를 통해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챙기고 있던, 북한에 나간 금액의 몇 배나 많은 유익의 가치는 소홀히 했고 말이죠.

 

오늘은 남북평화의 시장 가격에 대해서 조금은 실제적인 접근을 해 보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이니 제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마찬가지에요. 당장 4월 재보선 때, 이명박 정부 좀 말려 주세요…. 좀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정치 집단에 표를 주시란 말입니다. 당장 여러분의 호주머니와 직결된 일이에요.

 

ⓒ Cr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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