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天地人) 합일사상과 천부경(天符經)의 삼극(三極) 개념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이다
해, 달, 별, 무수한 기운을 품고 있는 하늘은 우주 그 자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도 우주의 품 안에서 생성된 우주 그 자체이다. 이 하늘과 땅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사람도 역시 우주 그 자체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도 모두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이루는 존재인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 땅을 생하고 땅은 하늘의 기운을 받아 만물을 생하는 밭이 되었다. 이 밭에서 사람이 생하였으나 인간은 하늘과 땅의 이치로써 만물을 다스리는 힘을 얻었다. 인간은 하늘과 땅 가운데 함께 서는 지극한 존재로 된 것이다. 하늘과 땅이 만물을 생성하고 다스리는 존재이듯 우주의 이치로써 노동을 통하여 만물을 생성하고 다스리는 인간도 하늘같은 존재이다.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의 기운으로 발현한다. 이로써 천지자연을 대우주라하고 인간을 소우주라 한다.
인간을 소우주라 함은 인간이 우주의 이치로써 생성되었으나 천지자연의 단순한 피조물로서 예속적인 존재로 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소우주로서의 인간은 천지자연이라는 대우주의 창조적인 변화운동에 자신의 노동을 통하여 함께 참여하는 자주적인 존재로서 우주의 주체로 서게 되는 것이다.
소우주인 인간의 창조적인 자기실현은 대우주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우주가 완성된 통일체를 이루는 것은 바로 소우주라는 인간의 존재로 인해서이다. 대우주와 소우주인 인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하늘과 땅이 없이 인간이 있을 수 없듯이 인간이 없는 하늘과 땅 또한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이 하늘과 땅이라는 천지자연의 만물 속에서 조화와 통일을 이루어낼 때 인간은 진정으로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인간은 하늘의 마음과 땅의 몸을 받고 태어나, 우주의 이치를 담은 마음과 우주변화의 기운을 담은 몸을 써서 창조적인 자기본성을 실현하고, 마음과 몸을 다해 삶을 마치면 몸은 땅에 묻어 흙으로 돌아가게 하고 마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묻어 하늘로 돌아가게 한다. 비록 순간같은 인생일지라도 소우주인 인간은 영원히 대우주의 품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천 지인 합일사상은 단군조선사회의 중심사상이다. 오천년전 당시 거대한 영성 사회주의제국을 건설하였던 단군조선사회 인민들의 생활철학이자, 행동강령이었으며, 국가의 통일성을 이루어 낸 정치사상이다. 영험한 능력을 가진 천신(天神) 지신(地神) 인신(人神)이라 하여 삼신(三神), 만물을 생하고 다스리는-制裁- 주재자라는 의미에서 삼제(三才), 하나의 본체를 이루는 가장 지극한 것을 의미하여 삼극(三極)사상 등으로 불리워졌다.
천지인 삼신(삼재, 삼극)사상은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이다'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하여 1-하늘과 같은 인간의 존엄한 지위와, 2-땅위의 모든 만물을 생하게 하고 다스리는 영험한 능력과, 3-천지와 하나되어 영생불멸하는 사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천지인 합일사상은 천지자연과 삶의 법칙을 해명하는 심오한 조선철학의 기본사상으로 되었다. 천과 지와 인은 모두가 지극한 것으로 이 삼극(三極)은 천지자연과 만물변화의 상(象 ; 形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形은 인간의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象은 철학적 직관에 의해 알 수 있다. 마치 形이 인간의 드러나 보이는 신체라면 象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오장육부의 기운이나 마음 상태일 수 있다. 따라서 象을 변화의 본질로 파악한다)을 수(數)로 나타내는 상수(象數)철학을 이루게 하였고 모든 변화원리를 해명하는 철학적 방법론의 대전제로 되었다.
단군조선사회는 천지인 삼극(삼신, 삼재) 철학사상을 직접 현실에 적용시켜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였다. 천지자연을 경애하고 인간을 숭앙하는 천지인 삼극철학사상을 널리 펴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우주변화의 이치에 의해 인간세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재세이화(在世理化)는 지도이념이며, 인민 속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뜻을 펴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은 그 행동강령이었다.
국가조직은 철학사상의 기본전제인 삼극(三極)원칙에 따라 진한, 마한, 변한의 3한을 두었으며 진한은 중앙부로 단군왕검이 직접 영도하였다.
아사달과 각지의 수두에서는 천지인 합일사상을 함양하고 사회적, 우주적 통일성을 이루는제천의식이 행하여졌으며 필요한 교육이 시행되었다.
수두교육에 참가하는 미혼자제들을 가리켜 국자랑이라 하였는데 국자랑이 출행할 때는 머리에 천지화를 꽂았으므로 이들을 천지화랑이라고도 불렀다.
교육은 깊고 다양하였으며 체계적으로 실시되었다. 천지인 철학사상에 관한 교육으로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戒經)의 강습이 있었으며, 기타 독서, 활쏘기, 말달리기, 예절, 음악, 권술 및 검술을 공부하였다.
천지인 철학사상이 담긴 천부경이나 삼일신고를 강습할 때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대검을 찼으며 음악을 연주하여 천지신명과 함께하였다.
수두에는 계율이 있었는데 충, 효, 신, 용, 인(忠孝信勇仁)을 오상(五常)의 도(道)라 하였으며 이것이 신라에 이르러서는 화랑도의 세속오계로 전수되었다.
수두는 상수두와 수두로 구분하였으며 각 읍락에서는 3노(三老)가 지도하였다.
제천행사 때에는 무천(舞天)의 악(樂)이 열려 무리지어 돌며 노래로써 하늘과 땅과 인간의 삼신(三神)을 크게 찬송하면서 나라의 발전과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하나처럼 기원하였다.
이렇듯 천지인 합일사상은 영성문화를 꽃피운 단군조선 사회주의제국의 전일적인 철학사상으로 우리의 하늘, 우리의 땅, 우리의 가슴 속에 면면히 살아왔다.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이다'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한 천지인 합일사상은 인간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이며 통일적인 본성으로써 순간이 영원으로 통하는 대우주의 섭리를 실현하는 사상인 것이다. |
발췌 : 우리 하늘 우리 땅 우리의 조선철학 / 도서출판 장원 / 1988년 간행 / 저자 : 유환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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