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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과 꼬리뼈(미추)의 역할

장백산-1 2009. 8. 28. 22:38

 

맹장은 좋은 장내 박테리아 보관했다가 유사시 공급하는 곳

꼬리뼈는 근육-인대 연결되는 주요 부위

 

위생상태 개선으로 맹장이 할일 없어져 맹장염 생기는 것

 

맹장을 아직도 퇴화기관(옛날에는 쓸모가 있었지만 지금은 쓸모가 없어진 몸의 기관)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 소식을 보니 맹장은 절대로 퇴화기관이 아니라는 겁니다. 분명 쓸모는 있는데 사정상지금 개점휴업중인 게 맹장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농구 명문으로 유명한 미국 듀크대학의 외과의사 윌리엄 파커 교수는 진화 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내가 2년 전 이미 맹장은 쓸모가 있는 기관이라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의학 교과서가 맹장을 쓸모 없는 기관으로 적어 놓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네요.


예전엔 바빴던 맹장, 요즘은...

 

그가 밝힌 맹장의 기능은 좋은 장내 박테리아 모아 두는 곳이랍니다. 음식물이 항상 지나가는 소장과 대장의 터널에서 비켜난 자리, 은신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맹장은 이렇게 좋은 박테리아를 모셔 놓고 있다가 심한 배탈, 설사 등이 나 장내 좋은 박테리아가 휩쓸려 나갔을 때 이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가 다 있죠.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 그리고 쥐 종류의 70%가 맹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용도가 있기 전에야 이렇게 많은 동물 종이 맹장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들 동물에서 맹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할일 없어지면서 맹장염 같은 문제 생기기 시작

문제는 왜 사람에게만 맹장염이 주로 생기냐는 것입니다. 동물들은 맹장이 있어도 맹장염이 잘 안 걸리는데 왜?

 

파커 교수를 이를 설명하는 방식이 또한 걸작입니다. 그는 맹장이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지만 더 이상 힘을 쓸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산업화로 더럽고 세균이 많이 묻은 음식을 먹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수돗물을 마시고 하수도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배탈 날 일이 거의 없어졌으니 맹장이 기껏 좋은 박테리아들을 모시고 있어 봐야 쓸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할 일이 없어진 맹장 속의 박테리아들이 심통을 부리는 통에 맹장염이라는 현대인의 질병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서양에서 처음 맹장염이 학계에 보고된 것이 1886년이라고 Wikipedia.org의 맹장염 항목이 전하고 있으니 사정을 알 만 하죠.


자가면역 질환, 알레르기도 면역체계 '할일없어' 생긴 병

 

파커 교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제가 항상 품어 왔던 한 가지 의문도 풀리네요. 봄마다 궁금해지는 것은 아니, 나무도 별로 없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꽃가루가 날린다고 알레르기에 걸리면, 그럼 숲 속에 파묻혀 살았던 원시인들, 아니 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시골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봄만 되면 알레르기에 혼쭐이 나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 스스로 가끔 훌쩍거리면서도 알레르기 질환은 현대인의 엄살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지요.

 

그러나 파커 교수는 현대인에게만 있는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인체의 면역세포가 자기 몸의 한 부분을 외부의 적이라고 생각해 공격하면서 일어나는 질병.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대표적) 등이 모두 이렇게 할 일이 없어진 인체 기능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체의 면역 기능이나 맹장은 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끊임없이 쳐들어 오는 외부의 세균 적들 때문에 잠시도 쉴 틈 없이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개점 휴업 중인 경우가 엄청 늘면서 제 몸을 자기가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억지로라도 인체 면역기능 활동하도록 해 줘야 문제 없는데...

 

현대인의 비만, 운동부족도 모두 마찬가지죠. 옛날 교통수단이 없을 때는 수십 리를 걸어야 했기에 다리가 튼튼하고 운동부족, 성인병이 있기 힘들었지만 산업화 때문에 사람의 몸은 편해졌지만 속으로는 망가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파커 교수는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강제로라도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일 시키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죠.

면역체계나 맹장처럼 진화적으로 활발히 일해 왔던 인체 기능들을 일부러라도 일을 하게 해 줘야 지금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구석기인처럼 먹고, 그들처럼 움직이자는 구석기 다이어트법도 있지만, 산업화와 함께 점점 몸을 놀리면서 병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맹장 처음 생긴 것은 8천만 년 전

 

파커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맹장에 대한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맹장이 처음 생긴 것은 8천만 년 전이며, 큰 진화를 두 번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사람을 포함하는 영장류, 쥐 종류에서 한번, 그리고 캥거루 같은 유대류(배 주머니로 새끼를 키우는 동물들)에서 한번 큰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맹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퇴화기관으로 여겨졌던 꼬리뼈도 최근에는 그 용도가 밝혀지고 있죠. 꼬리뼈에는 여러 근육과 인대(힘줄)이 붙는 장소이기 때문에 꼬리뼈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겁니다.

 

맹장과 꼬리뼈의 복권과정을 보면, 잘 모르면서 함부로 쓸모없는 놈이라고 멸시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