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2,500년 전 이미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고 그것이 심, 의, 식이라는 3층 구조를 하고 있음을 말씀하셨다. 여기서 심(心)이란 오늘날 용어로는 집합무의식이고, 의(意)는 개인 무의식이며, 식(識)은 표면의식이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프로이드는 자유 연상법이나 꿈을 분석하는 작업에서 마음의 존재를 발견하였다. 특히 주목할 일은 거의 혼자서 표면의식의 배후에 감추어진 거대한 또다른 의식층인 무의식을 발견하였다는 점이다. 프로이드 이후 프로이드의 제자이었던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칼 융은 꿈이나 환각의 내용 중에는 프로이드가 말하는 무의식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무의식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세계의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각 민족의 종교와 신화를 수집하였는데 여기서 그는 전 인류는 공통된 내용의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는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무의식을 집합 무의식이라 불렀다. 다시 말하면 집합 무의식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집합 무의식 내에 모두 똑같은 내용의 의식이 저장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집합 무의식의 내용에는 인류가 단세포로부터 지금까지 진화하면서 경험하였던 모든 기억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모든 인간의 집합 무의식 층에 똑같은 내용의 기억이 저장될 수 있었을까? 칼 융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하여 동시성(同時性)의 원리를 제시했다. 이 동시성의 원리는 당시 논의되고 있던 양자 물리학 이론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칼 융은 당시의 양자 물리학자들과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이들 물리학자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융 심리학자 빅터 만스필드는 ‘EPR 사고실험’을 가지고 융의 동시성을 설명한 바 있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동료 제자인 포돌스키와 로젠과 함께 중요한 사고실험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세 사람의 이름약자를 따서 ‘EPR 실험’이라고 부른다. 이 실험에서 초기 상태에서는 상호작용이 있었으나, 그 이후 서로 분리된 양자적 대상인 S1과 S2의 두 체계를 상정하였다. S1과 S2는 물론 공간상으로는 분리돼 있다. 그런데 S1에 외부의 영향력을 주어 S1을 변화시켰을 때 아무 관계도 없는 S2가 동시적으로 S1의 변화값만큼 변한다. 이 EPR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전자(電子)와 다른 전자 사이의 정보소통에 있어서 시간의 개입이 없이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장(field)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EPR 실험은 순전히 사고 실험이었지만 1982년 프랑스 아스페(Aspect)의 세번에 걸친 실험에 의해 결정적으로 증명되었다. 따라서 빅터 만스필드는 우주 허공은 텅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장(場)에 의해 충만돼 있으며, 이 장(場)은 양자물리학적으로는 바로 양자파동이라고 했다. 융 심리학적으로는 집단무의식과 동일한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허공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집합 무의식으로 충만돼 있고 사람의 마음속에도 집합 무의식이 존재하고 있어 한 개인의 집합 무의식 내용은 인류 전체의 집합 무의식으로 전파될 수 있다고 하였다.
■충남大 의대 산부인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