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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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 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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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삼세의 모든 성현들이
다 이 종취(宗趣)로 들어오나니
종취는 촉박하거나 늦출 것도 없어서
한 생각이 곧 만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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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지자(十方智者)는
개입차종(皆入此宗)하나니
종비촉연(宗非促延)이라
일념만년(一念萬年)이로다.
- 해설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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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자리라는 것은, 빨리 깨칠 수도 없는 것이며 더디 깨칠 수도 없는
것이라서 당장 곧 깨쳤다 해도 안되고, 광대무량겁을 통하여 육도만행을 애써
닦아 깨쳤다고 해도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체중생이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될일이지 무엇 때문에 깨치려고 애쓰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싯달 태자가 육년 동안이나 설산에서 꼼짝 안하고 뼈만 앙상해지도록
앉아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한 흔적입니다.
이것을 생각하고 따져서 깨칠수는 없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멀어져
갑니다. 여러 수천만번의 삶, 사생육도(四生六途)를 헤매고 돌아다녀도,
내내 이곳 바로 이 마음에 결국 돌아 오는 것입니다.
잠깐 한 생각이 만년입니다. 여기서 생각이란 우리가 보통 쓰고 있는 뜻의
그런 생각이 아닙니다. 지금 말하고 말듣는 이놈, 곧 아까 말한 일종(一種)과
마찬가지입니다. 일념이 그냥 그대로 만년이라는 것이지만 실은 만년뿐이 아니라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곧 무량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세(三世)를 초월한 이 마음에 무슨 숫자의 단위로서 햇수를 따질 수 없습니다.
이 마음은 영원 무궁토록 제 모양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불교 이론을 듣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수천만권의 책들을 독파하거나, 성서를 수천만번 읽었다 하더라도
이런 느낌은 가지지 못합니다. 부처가 될 수 있는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부처님 경전밖에 없습니다. 아무 이론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생사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이 부처님 말씀입니다.
이 마음이란 되풀이하여 말하자면, 지식도 사상도 종교도 그렇다고
신앙도 부처도 중생도 아니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언제 생겨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없어질 것도 아닙니다.
일체의 모두가 아니면서 또 일체의 모든 것이 되는 이 마음은,
천지조화의 주체이며 '나'와 우주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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