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제와 텔로미어의 비밀
이성규의 이야기가 있는 과학이슈
3천명의 동남동녀(童男童女)를 거느린 서복은 고민에 잠겼습니다.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진시황제의 명을 받들어 중국을 떠나온 지 이천여 년이 지났지만, 세상 어디에도 그런 약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으나, 불로초를 구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 작은번데기처럼 보이는 것이 세포속DNA. 이 DNA 양끝에 반딧불과 같이 빛나는 점이 텔로미어다.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조심씩 닳아져 위기점에 도달하면 세포는 분열을 멈 ⓒ이한웅교수(성균관의대)
그때 예쁜 동녀 한 명이 서복에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립니다.
“방사님, 불로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녀의 말에 서복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어디에 있다고 하더냐.”
“최근 영국의 가디언이라는 일간지에서 저명한 과학자들의 예상으로 인류가 앞으로 직면할 최대 위협 10가지를 추려냈습니다.”
약간 엉뚱한 이야기에 서복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습니다. 그러나 서복은 동녀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류를 위협하는 것들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핵전쟁, 테러, 유성체 충돌, 별 폭발에 의한 우주선 폭풍, 초대형 화산폭발, 지구가 블랙홀에 먹힐 위험, 로봇의 반란, 바이러스 만연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위협이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이더냐?”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라인하르트 스틴들 박사가 주장한 내용인데, 인간들의 텔로미어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노화 관련 질병이 더 일찍 발병하면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할 우려가 생기게 된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서복은 동녀의 말이 너무 어려워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텔로미어가 무엇이며, 그것이 점차 짧아져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 판인데 불로초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스틴들 박사에 의하면 인간들은 텔로미어가 짧아져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심장질환, 뇌졸중 같은 노화관련 질병이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바로 그 텔로미어를 길게 해주면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만히 들어보니 동녀의 말이 그럴 듯했습니다. 텔로미어 때문에 노화 질병에 걸린다면 문제는 간단할 것 같았습니다. 짧아진 텔로미어의 길이쯤이야 어떻게든 늘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서복은 즉시 3천명의 동남동녀에게 명을 내렸습니다.
“모두 나가서 텔로미어에 대해 잘 아는 자를 데려오너라.”
서복은 모처럼 짜릿한 흥분을 느꼈습니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녀도 찾을 수 없던 불로초를 어쩌면 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건 바로 사람 몸속에 숨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며칠 후 드디어 서복의 명을 받든 동남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동남들이 데려온 건 사람이 아니라 양이었습니다. 서복은 단번에 그것이 살아 있는 양이 아니라 죽은 양의 영혼임을 알아차렸습니다.
“범상치 않은 양이구나. 네가 누군지 말해보거라.”
“예, 저의 이름은 돌리입니다. 1996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이죠.”
“너의 형상을 보니 제 명만큼 살지 못한 것 같은데 맞느냐?”
“예, 양들의 평균 수명이 12년인데, 저는 태어난 지 6년 반 만에 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6살 된 엄마의 유방세포를 복제해 태어났으므로, 모체 나이까지 합치면 양의 평균 수명까지 산 셈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저의 죽음을 이미 짧아져 있던 어미의 텔로미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서복은 텔로미어라는 말을 듣자 다시 가슴이 뛰었습니다. 동남들이 전문가를 제대로 데려온 것 같았습니다. 서복은 돌리를 가까이 오게 한 다음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 연세대 이준호 교수팀이 '예쁜 꼬마 선충'의 염색체 길이를 늘여 수명을 20% 연장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
“텔로미어가 어떤 것인지 나에게 설명해보려무나.”
“텔로미어(telomere)는 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telos’와 부위를 뜻하는 ‘meros’의 합성어입니다. 즉, 진핵생물의 염색체 양 끝의 일부분입니다. 특정 염기서열이 수 천 번 이상 되풀이되는 독특한 구조와 길이를 지니고 있어서, 염색체의 말단 부위가 분해되거나 염색체끼리 서로 융합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설명을 하던 돌리는 서복의 눈치를 살피더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운동화 끈이 갈라지지 않도록 끝에 댄 플라스틱 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그것이 수명을 짧게 하느냐?”
서복은 그제야 굳었던 얼굴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은 체세포의 텔레미어 길이가 15~20kb(1kb는 DNA 내 염기쌍 1000개의 길이) 정도인데, 한 번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50~200bp(1bp는 1염기쌍)만큼씩 없어집니다. 결국 늙을수록 체세포의 거듭된 분열에 의해 염색체의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져서, 노화와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지하철 정액권처럼 이용할 때마다 속의 내용물이 조금씩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텔로미어는 노화의 정도를 알려주는 시계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돌리는 동물들의 수명이 제각각인 것도 이 텔로미어 때문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황소거북이는 200살까지 사는 반면 개나 고양이들이 사람보다 훨씬 일찍 죽는 이유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동물마다 각각 달라서 그렇다는 것이죠.
서복이 어느 정도 알아듣는 표정을 짓자 돌리는 텔로미어 연구의 시초가 되었던 ‘헤이플릭 한계’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미국의 해부학자인 레너드 헤이플릭은 1962년 당시 많은 과학자들의 믿음이었던 ‘세포는 무한히 분열을 지속한다’는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실험실에 마련된 배양기에서 인간 세포가 분열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그러다가 약 50회에 걸쳐 분열을 계속하던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할 움직임이 없는 걸 발견한 거죠. 결국 사람의 정상적인 체세포는 약 50회 정도 분열하면 분열을 멈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 합니다.
그 후 1986년 하워드 쿡 박사가 처음으로 체세포의 텔로미어가 정자세포보다 짧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전 세계 노화연구가들은 이 이상한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다가 과학자들은 암세포의 경우 정상세포와 달리 세포가 분열할 때 텔로미어의 길이가 전혀 짧아지지 않으며, 세포 분열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뭐, 암세포는 무한히 세포분열을 반복한다고?”
돌리의 설명을 듣던 서복은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무한한 생명을 가진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기 때문입니다.
“예. 암세포뿐만 아니라 생식세포, 줄기세포 등에는 정상 체세포에서 발견되지 않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있습니다. 그것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아주므로, 무한히 세포분열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텔로머라제를 이용하면 일반 체세포도 무한할 수 있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1998년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텔로머라제를 만드는 유전자를 인간의 세포에 도입하였더니 통상 분열 회수보다 약 20회 정도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세포의 경우이고, 작년엔 실제 생명 개체에서 그 관련성을 입증하는 실험이 성공했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한국의 연세대 노화유전자기능연구센터 이준호 교수팀이 실험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텔로미어를 정상보다 30% 정도 길게 만들어 평균수명을 20일에서 23.8일로 20%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꼬마선충은 사람의 텔로미어 구조와 비슷할 뿐 아니라, 개체 수준에서 텔로미어와 노화의 관계를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죠.”
그 말을 듣고 있던 서복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더구나 한국은 예전에 불로초를 찾기 위해 자주 갔던 나라여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러면 이제 불로초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로구나. 허허허.”
서복은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돌리의 대답은 서복의 웃음을 점점 잦아들게 만들었습니다.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는 아직 생명체의 노화와 죽음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텔로미어가 노화와 매우 깊은 관계를 지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환경요인을 부정하긴 힘듭니다. 예를 들어 텔로머라제를 인체 세포에 투입했을 때 그 세포가 암세포처럼 무한히 증식하지 않도록 텔로미어 길이를 적당히 복구한 뒤 자동으로 증식을 멈출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즉, 노화를 늦추려다가 오히려 건강한 세포마저 끝없이 분열하는 암세포로 바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죠.”
거기까지 말을 마치자 화색이 돌던 서복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습니다. 서복은 동남동녀들을 시켜 돌리를 돌려보내라고 명했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던 돌리는 서복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건넸습니다.
“무엇이 텔로미어의 짧아진 길이를 읽어내어 노화와 관련된 복잡한 생체 신호들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비밀들이 풀리면 언젠가는 방사님이 그토록 찾는 불로초의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서복은 동남동녀를 따라 돌아가는 돌리를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진시황제의 얼굴마저 가물가물해져 서복은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야 했습니다. 과연 서복은 언제쯤 불로초를 구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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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 산소를 없애고 유전자를 수리해주는 핵산
핵산이란 정말 흥미 있는 물질이다.지구위의 모든 생명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그 재료는 모두 핵산이다.가장 단순한 바이러스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핵산에 의지 한다.핵산은 활성 산소를 물리칠 뿐만아니라 상처 입은 유전자도 고쳐준다.핵산은 몸에 중요한 물질이다.본래는 간장에서 합성되지만 노화가 진전되면 핵산을 합성하는 힘이 쇠퇴한다.특히 술을 마시면 간장은 알코올 분해에도 힘을 쏟아야 하므로 핵산의 합성을 소홀하게 된다.
핵산이 많이 함유한 식품을 먹는게 중요하다. 핵산 함유 식품으로 1)조개류,2)고등어,참치,가자미 등 생선 3)멸치,뱅어포,말린미역,4)콩과 콩류,두부,삶은콩, 이들중 특히 된장은 아주 좋은 식품이다. 더욱 풍부한 핵산은 맥주효모와 연어이리에 있는데 맥주효모가 구하기 쉽고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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