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눈망울을 애도함
부드러운 속눈썹 물기 어린 눈동자 그 착한 눈망울을 어찌 지우겠느냐 조선의 한 여인네는 티끌만한 바늘 하나를 잃고도 유아이사(由我而死)라 울었다 우리들의 죄로구나, 업보로구나 나도 운다, 산천도 운다
영문 모르고 아무 잘못도 없이 음~메~ 한 소리 남기고 영원한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가는 착한 눈망울 위에 마지막 얼어 버린 하늘 한 조각 비치었더냐
너의 육신은 찢어진 저금통이 아니다 구덩이에 던지면 그만인 고장 난 냉장고가 아닌 줄 너를 자식으로 기른 농부가 어찌 모르겠느냐 너희의 황망한 목숨 우리들의 허망한 애욕의 끝이 어찌 닿지 않겠느냐 목숨과 목숨의 경계가 어찌 다르겠느냐
잊을 수 있겠느냐 푸른 들, 아니 녹슨 창살 너머로 보이던 흰 구름 차마 놓을 수 있겠느냐 그리도 애타고 목마르던 자유
그러나 그러나 정녕 어찌하랴 워낭소리 목줄이랑 고삐랑 모두 풀어 놓고 이제 다시는 이승 돌아보지 말아라 끝이 보이지 않는 풀밭으로 떠나거라 이천 십 년 전 슬픈 이 땅에 오신 12월의 신께로 가거라 이승 저승의 아픈 목숨 모두 어루만지는 4월의 신께로 가거라
- 윤고방 님, '착한 눈망울을 애도함-떠나는 소들에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