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생에서, 혹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적어보자. 그것은 어떤 사람이어도 좋고, 일이어도 좋으며, 돈이나 명예, 자동차와 부동산, 사랑과 우정, 수행과 보시, 그 어떤 것이어도 좋다. 유형 무형의 모든 것에 우리는 가치를 매기고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요한 것들을 가장 중요한 것 순서로 순번대로 번호를 매겨보자.
우리 앞에는 이제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 순서대로 적혀 있는 목록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 인생을 가치 있게 해 주고, 열정적이게 해 주며, 살아있게 만들어 준다. 이 목록을 하나하나 성취했을 때 아마도 나는 가장 행복하고 기쁘며 삶이 의미 있어 질 것이다. 아마도 첫 번째 목록을 이루었다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그러면 마음을 비우고 다시 한 번 중요성의 목록을 살펴보자. 축하한다. 드디어 당신은 자신이 가장 집착하고 있으며, 얽매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내 삶을 가장 기쁘게 만드는 것도 이 목록이지만, 반대로 내 삶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 또한 이것이다. 이 중요성의 목록이야말로 나를 울고 웃게 만들면서 나를 조롱한다. 나는 여기에 얽매여 꼼짝달싹 못한다. 이것의 유무에 따라 내 삶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은 끊임없이 교차하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내 삶을 휘두르며 좌지우지하는 것들이다.
중요성이란 이와 같다. 아상을 충족하게 만들어주는, 그럼으로써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를 집착과 욕망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거기에 묶어둠으로써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과도한 중요성은 곧 집착을 불러온다. 즉 중요하다는 것은 동시에 내가 거기에 많이 얽매이고 묶여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더욱이 과도한 중요성과 욕망은 오히려 그것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즉 너무 과하게 그것을 이루고자 애를 쓰게 되면, 오히려 그 반대급부의 에너지가 상승하여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집착이 클수록 사실은 그 이면에는 이루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욕망이 클수록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커지는 것이다. 이루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의심과 두려움이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창조해 내는 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세상에 결정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그렇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고집하던 마음을 돌이켜 이렇게 되도 좋고 저렇게 되도 좋은 마음의 여유로운 빈 공간을 만들어 보라.
중요한 것에 대한 중요도를 낮추라. 중요도를 낮춘다는 것이 반드시 삶에 대한 에너지가 낮아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하게 중요한 에너지를 낮추게 되면, 순수한 열정과 깨어있음이 피어난다. 너무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평정심으로써 여여하고도 자연스럽게 일이 되어지게 된다.
과도하게 애를 쓰면 힘만 들 뿐 우주적인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중요성의 에너지를 낮추되 순수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욕망하지 않고 단지 원할 수도 있다. 욕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지만 순수한 바람은 단순한 의도일 뿐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중요도를 조금 낮추면 삶은 더없이 자유롭다. 과도하게 중요한 것이 없을 때 가볍고도 자연스럽게 삶이 흘러간다.
운학사 주지 법상 스님
1068호 [2010년 10월 18일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