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시민민주주의

대통령 면전에서 쓴 소리 한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장백산-1 2011. 2. 19. 20:50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 한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인터뷰]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자신의 부족함 인정하고 소통해야"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1-02-18 16:30:45 / 수정 2011-02-18 18:52:26
"왜 그러셨어요?"
"그 말 하시고 나서 대통령이나 청와대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김선택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민중의소리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을 만나자마자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김 회장은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공정사회추진위원회 회의에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장장 6분간 쓴소리를 해 화제가 됐다.

김 회장은 이날 미리 적어 간 '조세 문제를 통해 바라본 공정사회'라는 제목의 글을 대통령 앞에서 또박또박 읽었다. 언론에서는 김 회장의 발언 중 "종부세는 없애버리고 우리를 잡느냐", "부자감세하고 4대강 하느라 돈이 부족하냐"는 등의 부분을 골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이는 김 회장의 말이 아니라 납세자연맹이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벌인 신용카드소득공제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한 6만 여명의 시민들의 의견 중 일부였다.

그래도 이런 말을 대통령 앞에서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18일 서울 종로구 납세자연맹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김 회장의 말을 들어봤다. 그런데 김 회장이 청와대에 전달하고 싶었던 본질적인 주제는 '종부세'나 '4대강' 같은 것이 아니었다.

우선 손수 다기와 차를 들여 와 기자에게 차를 권하는 김 회장에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부터 물었다.

"공정사회추진위원회의 민간위원이 8명인데 교수들도 있었고 기업체 대표들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말씀 못드리지만 대통령 치켜세우는 발언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참석했던 정치인 중에는 듣기 좋은 말씀만 하시는 분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다 유하게 얘기하셨던데, 아무리 군사정권 시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곤혹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힘은 납세자연맹이 창립 이래 지난 10년 동안 정부 지원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고, 시민들이 100% 독립된 재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 힘에서 그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김 회장은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일주일간 벌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반대 서명운동은 납세자연맹 10년 역사상 최고의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소득공제 한도를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인 이명박 정부는 올해 들어 아예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해 버리려 했기 때문에 민심이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민중의소리

"서명 참가자 중에 여자는 29세, 남자는 35세가 가장 많았는데 그 이유가 독신 근로자가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솔직한 얘기로 결혼을 안 하고 싶어서 안했겠나. 여건이 안돼서 못했는데 국가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뺏어가는 것은 독신 근로자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재정건전성 때문에 소득공제 폐지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디서 먼저 걷을 것인가라는 공평성의 문제다. 열심히 일한 근로소득에 먼저 손을 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공평성 차원에서 보면 불로소득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금융소득이나 자산소득이 좀 더 불로소득의 성격이 있는데 그쪽에다 먼저 더 과세하는 게 맞다. 탈루소득이나 세금 낭비 등의 문제도 있는데, 속된 말로 힘든 것은 안하고 쉽게 코풀려는 것이다. 시민들이 그런 점을 불합리하게 느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런 민심을 청와대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거슬리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작심하고 말했다고 했다.

"청와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일반 민중들과 괴리돼 있다. 어느 정도 살고 학벌도 좋고 집안도 좋고 그래서 그런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다. 서울대 나와 유학갔다 오거나 장.차관, 판.검사를 한 분들이라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직장에서 월급이 쥐꼬리 만큼 나와 배우자가 생활비에 도움 되려고 맞벌이 하면 소득으로 잡혀 배우자공제도 안된다. 맞벌이 부부가 국민연금 두 배로 낸다고 해서 한 사람이 죽으면 남은 사람이 그 돈 다 받는 것도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지역의보나 지역 국민연금은 애가 몇 명인지, 집은 얼마인지 가중치를 매겨서 까다롭게 나온다. 세금을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걷고, 없는 사람에게 덜 걷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얼마를 더 걷는가는 부차적인, 그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가 세금을 덜 내면 이건 역진적인 것이다. 국가는 소득재분배를 개선해야지 악화시키면 강도지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일반 민중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항상 세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이게 청와대까지 전달이 안된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작심을 하고 얘기를 했다. 제 목소리가 좀 큰데, 한 6분 정도 강하게 얘기했다. 아마 대통령께서는 들을 때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러라고 얘기한 것이다. 민의를 전달하기 위해서. 일반 민중들이 불합리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이 그걸 모르면 어떻하나. 참모들도 얘기 안할테고 말이다."

민심을 전하는 건 좋다고 치자. 그런데 왜 하필 '4대강', '종부세' 같은 민심을 골라 전하게 됐을까? 김 회장은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저희는 정치적인 시민단체가 아니다. 솔직히 4대강 사업은 우리가 논평할 영역이 아니다. 내가 얘기했던 인용 부분은 민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했다. 제발 TV에서 얼굴 안보고 싶다던지, 사진도 보기 싫다던지 하는 말들 말이다.

그래서 중요하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소통을 좀 하시라는 것이었다. 어제 읽은 글에서도 '기본을 지키면서 국민의 아픔과 불만에 대해 공감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한 부분이 핵심이었다."

김 회장이 정작 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소통'과 '공감'이었다. 그는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인정'과 '공부'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대화를 통해 '공감'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민중의소리

"대통령이 일을 줄이고 청와대 직원.공무원과의 소통, 그리고 특히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MB가 하는 것은 무조건 싫다'는, '빨리 시야에서 사라지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이 말들은 이성적인 게 아니라 감정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국민들의 상한 감정을 다독여야 한다. '왜 나를 싫어하나' 원인을 파악해서 그사람들을 다독거려 줘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도 한 명의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도 정말 어려운 세대에 태어나서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학교에서도 소통의 기술을 배우지 못했고, 직장도 군대문화였다. 열심히 일만 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해야 한다. '나는 소통을 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상했다면 죄송하다', '내가 부족한 점이 있다'라고 진솔하게 얘기하고 국민을 다독여야 한다.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솔직하게 국민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얘기하라는 것이다. 그 점을 대통령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소통을 하려면 일단 공부를 해야 한다. 자기 부족함을 인정한 다음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보면 세번째 까지가 세금 공약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할 것이다. '지금 이렇게 돼 있어 불합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바꾸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대통령 정도면 민중들의 보험.연금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세세한 것까지는 몰라도 아웃라인 정도는 알아야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다."

긴 얘기를 듣고 나니 김 회장의 진심이 어느 정도 읽혀졌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전날 발언하고 나서 청와대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청와대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격려를 해줬다. '다들 대통령 앞에서 좋은 말만 했는데 쓴소리도 어떤 의미에서는 해야 한다'며 잘했다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을 좀 줄이시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일을 줄이시고 국민들에게도 일을 좀 덜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말씀하라고 전하고 싶다. 일은 참모들, 공무원들이 하고 대통령은 국민과 그런 소통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득수준은 높아지는데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게 대통령이다. 경제성장이 제일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왜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은지 대통령이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