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꺽인 곳에 머물다

장백산-1 2011. 2. 22. 14:38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꺾인 곳에 머물다


오늘도 나는 등을 치는 세상에 휘청, 꺾이고
칭얼거리는 내 사랑에 푹, 꺾이고
꺾이는 내게 또 한풀 꺾였다
조금 느슨해지며
조금 골똘해지며
조금 크르릉거리는 사이
뿌리에서 뽑아 올린 송진 같은 생각 뭉글뭉글 터를 잡아
새 길을 만들어주는 꺾인 자리의 튼튼함이라니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 자주 꺾이고 꺾인 곳에 머물러
새살의 향기 오래 맡고 있다

- 권애숙, '꺾인 곳에 머물다' 중에서 -


일상을 돌아보면 온통 꺾인 자리입니다.
그러나 어디 상처만 받고 살겠습니까.
나도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한 적 많은데도
그걸 미처 알지 못한 채 지나갑니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아프고, 또한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상처가 어느새 힘으로 바뀌어
우리는 그 힘으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향기작가 최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