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심장은 왜 이렇게 타지 않는가?

장백산-1 2011. 3. 5. 19:31



심장은 왜 이렇게 타지 않는가?


바라의 행렬은 이윽고 강가에 이르러 조그만 장작더미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메고 온 것은 갓 죽은 남자의 시체였다.
시체는 곧 나지막한 장작더미 위에 얹혀져 불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
.
이제 시체 전체는 모두 불에 타버리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
불 주위에 있던 몇 명의 남자들은 다리 건너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두 명의 노인만이 쭈그리고 앉아 시들어가는 장작불을 헤치고 있었다.
그때,
노인이 헤치는 장작불 속에서 내 두 주먹만한 살덩이가 아직 타지 않고 나왔다.
노인은 이 살덩어리를 가능하면 빨리 타도록 연방 들쑤셔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살덩어리가 다 타는 데는 그로부터 무려 두 시간이 더 소모되었다.
나는 너무 이상해서 노인에게 물어 보았다.
“그 살덩이는 무엇인가요?”
노인이 말했다
심장이랍니다”


심장?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몇천 도의 열 속에서 뼈마저 다 녹아버렸는데
한갓 조그만 살덩어리에 불과한 심장이 어떻게 타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다시 물었다.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다 저렇게 늦게까지 타나요?”
노인은 말했다.
“그렇답니다.”
그 말은 듣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무엇을 찾아 이토록 방황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심장을 찾기 위하여 이토록 헤매었던 것이다.
.
.
.
나는 이제 알았다.
육체가, 머리가 흔적도 없이 타 없어지고 난 다음에도
두 시간이나 더 심장은,
가슴은 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 가슴으로의 길이 설령 파멸의 길이라 해도 그것은 진정한 삶의 길이다.


왜?
그 파멸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불길 속에서 심장이 이렇게까지 타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도 없고 또 들어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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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거짓말을 했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진실은 말로써 전달되지 않는 것,
그대 온몸을 내던짐으로써만이 열리는 철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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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 석 지 현 에세이 '바람의 길'
        심장은 왜 이렇게 타지 않는가에서..



♩..사라하의 노래 / The River is Flowing


  

...생활불교 : http://cafe.daum.net/mercy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