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1953~ 영국)의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는 명성만큼이나 관람객으로 붐볐다. 유명한 강원도 삼척 솔섬의 소나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세계각지를 돌며 담은 나무들이 작품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그 나무들은 자연에 자연스럽게 어울린 보통 나무였으며 여럿이 어울린 나무들과는 달리 홀로 선 나무는 바람에 몸을 맡긴 듯 처연했다.
그의 나무들에게 눈을 고정시킨 채 마치 철학자가 된 듯 생각에 잠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그만의 기법인 여백의 효과에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나무가 작품을 꽉 메우지 않으면서, 설원이나 들판 또는 하늘이 자신의 색을 버리고 오로지 나무를 살려주는 묵묵한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여유로움이 작품의 가치를 한층 더 올려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디 작품에만 여백이 필요할까. 우리네 삶도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 제 본색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며 꽉 메우고 있지 않던가. 얽히고설킨 넝쿨을 조금만 쳐 내면 더 여유로워지는 것을.
향기작가 최선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