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내 아들이 건너는 세상

장백산-1 2011. 3. 22. 22:31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내 아들이 건너는 세상


제 집에선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모르면서
나라를 걱정하고 민족을 건지려던 옛날의 영웅,
태평하게 거문고로 방아 찧는 소리나 내던 한심한 선비,
그들은 오래 전에 죽고 없다


먼 바다 파도와 싸워 태산 같은 물고기를 잡아,
앙상한 뼈만 싣고 돌아온 남자,
그 우렁찬 남자도 요즘 소설에는 없다


가늘고 길게 비겁해도 좋아, 오래 살아남으려고 한다
살아남는 일 중요하지 아암, 죽지는 말아야지
세상이 갈수록 잘난 남자들의 기를 죽여서,
나는 내 잘난 아들에게,
내 아들의 잘난 아들과 그 아들의 잘난 아들에게
키 큰 쑥대밭길 숨어 걷는 법이나 가르치란 말인가

- 이향아, '내 아들이 건너는 세상' 중에서 -


소나무나 대나무보다는
낭창낭창 휘는 나무가 되라고,
적당히 타협하고 요령껏 비비며 살아가라고,
혹시 우리가 그렇게 가르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아들들에게.



향기작가 최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