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이 뒤바뀐 거 아녜요?
김두우 신임 청와대 홍보수석 검증특집 1
(양정철닷컴 / 양정철 /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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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바뀐 것 같지요?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몇 달을 질질 끌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겨우 수석비서관 두 명의 교체로 끝냈습니다. 청와대 인사야 대통령 마음이지만 참 싱거운 인사입니다. 임기 말 비장한 진용으로 참모라인이 대거 바뀔 줄 알았는데 용두사미 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정무수석에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 홍보수석에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임명했습니다. 청와대 수석은 국회 인사 청문 대상이 아닙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언론인 출신이어서, 그들이 누구의 검증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검증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김두우 홍보수석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약식 검증입니다.
먼저 출신 성분을 따져보겠습니다.
김효재 수석은 <조선일보> 출신입니다.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계속 <조선일보>에 몸담았습니다. 김두우 수석은 <중앙일보> 출신입니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오랜 세월을 <중앙일보>에 있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두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웠으니, 나쁘지 않은 출신성분입니다. 고려대나 영일-포항 후배, 소망교회, 서울시나 형님 참모출신 등 ‘성골’에 비해 한 등급 떨어지는 ‘진골’ 정도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임기 말엔 ‘성골’ 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니 그나마 선방한 셈입니다.
다음은 로얄티, 즉 충성심을 따져보겠습니다.
김효재 수석은 의원직을 포기하고 수석직을 맡았습니다. 지역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총선 전망을 두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자세면 가상하게 봐줘야 할 것입니다.
김두우 수석은 처음에 비서관으로 시작해 수석에까지 오르게 됐으니, 그간 공로를 생각하면 역시 충성심은 통과한 듯싶습니다.
다음으로, 이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對) 노무현 대통령 적대감과 공격성을 따져보겠습니다.
김효재 수석은 의원 시절 ‘북핵 문제를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전직 국가수반으로서 망언을 한 것이다.” “지난 5년간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쥐락펴락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약간 미흡하긴 하지만, 미디어 악법 날치기 처리에 앞장섰고, 전교조에 몹쓸 짓을 한 조전혁 의원의 무모한 처신을 적극 함께 했으니 인정해 줄만 합니다.
김두우 수석은 대(對)노무현 대통령 적대감과 공격성에서만큼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시켜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잊혀진 대통령” “대청소의 제물” “질리고 물리고 넌더리나게 하고 있는 대통령” “그놈의 노욕(盧慾)” “무법자” “성공하니까 어려울 때 뒷바라지한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 등 극악무도한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에게 합격점을 받을 만합니다.
다음은 재산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김효재 수석은 2008년 기준으로 13억 7839만 원을 신고했습니다. 과거 고소영 내각의 면면에 비하면 못 미치지만, 그나마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강부자’ 형식을 겨우 갖췄습니다.
김두우 수석은 2008년 기준으로 21억 4776만을 신고했습니다. 평생 기자만 한 것치고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이 중 배우자 명의가 19억 2625만 원이었습니다. ‘강부자’ 맞습니다.
재산형성 과정이나 도덕성 문제는 제 처지에서 검증 불능입니다.
마지막으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적재적소 인사인지 여부를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효재 수석은 안 믿기시겠지만 <조선일보> 노조 위원장 출신입니다. 그가 노조 위원장으로 있을 때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박정희 독재 시절(1975년)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경영진과 맞섰던 <조선일보> 선배 기자들 수십 명을 회사가 집단으로 해고한 일에 대해, 김효재 위원장 시절의 노조가 ‘과거사 바로잡기’에 나선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철야농성 단식농성이 이어졌습니다.
그때가 조선일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김효재 수석은 막판에 회사와 어설픈 합의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파업돌입 직전,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추상적인 합의로 싸움을 끝낸 것입니다.
그 사건뿐이 아니라, 당시 <조선일보>의 악의적 편파적 보도를 일일이 따지던 언론노조에 대해서도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며 ‘외부 개입’에 아주 단호한 차단막을 쳤습니다. 다른 언론노조와의 연대 활동도 가급적 피했습니다.
꼭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노조 위원장을 그만둔 이후 그의 길은 평탄했습니다. 다른 언론사에서 노조 위원장을 했던 기자들이 한동안 핍박과 견제를 받은 것과는 달랐습니다. 더구나 노조라면 가장 경기를 일으킬 <조선일보>에서 노조위원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사건 이후 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승승장구했습니다.
결국, 그는 철저히 <조선일보> 이익을 지킬 줄 알고, 투철하게 회사의 어려운 현실을 존중할 줄 알고, 아무리 회사 보도방향이 잘못 가더라도 단호하게 ‘3자 개입’에 반대한 언론중심 사고와 행동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김두우 수석은 <중앙일보>보다는 한나라당, 언론보다는 정당이나 정치권 중심의 처신을 한 사람입니다.
정치부장까지 지낸 그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사표도 쓰지 않은 채 한나라당에 비밀로 공천절차를 밟았습니다. 사표수리도 안 된 현직 언론인이 전략공천 절차를 밟은 겁니다. 비밀공천 추진이 사내에 알려지자 공직자 사퇴시한 날 비로소 사표를 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돌연 출마를 접었습니다. 얼른 사표반려부터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논설위원실로 복귀했습니다.
다른 논설위원들과 기자들이 문제를 삼았습니다. 회사는 마지못해 잠시 그를 대기발령시켰다가 다시 논설위원실로 복귀시켜줬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동료들이나 회사는 욕을 먹었습니다. 신문사 논조를 좌우하는 수석논설위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중앙일보> 논조는 더욱 신뢰를 잃었습니다. 김 수석은 당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어떤 글을 써도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니만큼 칼럼을 계속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지만 말짱 거짓이었습니다.
이후 이명박 청와대에 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 ‘이젠 뜻을 이뤘다’고 생각했는지, 즉시 펜을 던지고 곧바로 권력의 품에 안겼습니다. 현직 언론인이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가는 건 민망한 일인데도 단 하루의 공백도 없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되는 날 <중앙일보>에 사표를 냈습니다. 청와대로 가기 열흘 전에도 기명 정치칼럼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떠났습니다.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가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그러나 절차와 모양새가 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객관적 중립적 입장이라며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던 언론인이 몰래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다가 그게 여의치 않으니 다시 언론인으로 돌아갑니다. 또다시 언론인의 지위를 이용해, 혐오하는 정권을 마구 조집니다. 그리고 뜻 맞는 정권이 권력을 잡자 곧바로 커밍아웃한 후 청와대로 갑니다.
제 검증 결론은 이렇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청와대’ 수석으로서의 자질이나 자격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아니 딱 ‘이명박 표(標)’ 참모들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적재적소는 아닙니다. 서로 뒤바뀌었습니다. 김효재 수석이 홍보수석을, 김두우 수석이 정무수석을 맡아야 했습니다.
그러잖습니까? 언론사 이익을 지켜줄 줄 알고, 투철하게 언론사의 어려운 현실을 존중할 줄 알고, 아무리 언론사 보도방향이 잘못 가더라도 언론 중심의 사고를 하는 인물이 홍보수석을 맡아야 진정한 ‘언론 프렌들리’ 정권의 홍보수석이 맞겠지요.
그러잖습니까? 매사 언론보다는 한나라당, 언론보다는 정당이나 정치권 중심으로 생각하고 처신하는 사람이 정무수석 하는 게 맞겠지요. 그래야 두 사람도, 조중동도, 한나라당도 서로서로 편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김두우 수석은 홍보참모로서 대통령 망신도 시킨 일이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집권 초 촛불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의 허위 기자회견, 기억나십니까? 이 대통령 마음에도 없던 그 문구, 노 대통령 회견문 표절의혹의 회견문이 김 수석 작품입니다.
2004년 노 대통령 : “청와대 뒷산에 올라 거대한 촛불 물결을…”
2008년 이 대통령 :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
김 수석은 표절의혹을 부인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뒷산에 올라가 촛불을 봤다는 부분은 이 대통령이 밝힌 부분이다. 원래는 내가 상상으로 ‘마당에 나와서 촛불을 바라봤다’고 쓰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이 뒷산에 오른 얘기를 해줬다”
상상으로 허구의 상황을 만들어 대통령 회견문을 쓰려 했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은 역시 홍보수석보다는 정무수석 쪽에 훨씬 재질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글을 포함, 총 3회에 걸쳐 김두우 수석 검증작업을 이어가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양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