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자들이 잘 사용하는 원소의 주기율표를 보면 110여개의 원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원소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모범 답안은 다음과 같다. 수소와 헬륨 등의 몇 가지 가벼운 원소들은 약 150억 년 전 빅뱅 우주에서 핵융합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중간 원소들은 별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합성되었다. 그리고 아주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만들어졌다. 별에 의한 핵융합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지만 빅뱅에 의한 핵융합은 단 한차례 일어났으며 그것이 만물의 근원이 되었다.
원소의 주기율표.
원자(atom)와 원자핵(atomic nucleus)
원소(element)는 동일한 원자들로 구성된 물질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소라는 물질의 구성단위가 원자이며 원소의 수가 110여 종이기 때문에 원자도 110여 종 존재한다.
원자의 구성단위는 전자(electron)와 원자핵(nucleus)이다. 전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은 입자이기 때문에 기본입자(fundamental particle) 중의 한 가지이나 원자핵은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라고 하는 두 종류의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전기적으로 -1 단위의 전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원자핵의 구성단위인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양성자는 +1 단위의 전기를 띠고 있다. 보통의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원자 내에 들어 있는 전자의 수와 양성자의 수가 정확히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성자의 수를 원자번호(Atomic number)라고 하며 중성 원자의 경우에는 전자의 수와도 같다. 양성자와 중성자 수의 합을 질량수(Atomic mass number)라고 한다.
수소와 헬륨 원자
리튬 원자
주기율표에서는 원자번호에 따라 원소를 어떤 기호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H와 C는 각각 양성자가 1 개와 6 개인 원자로 이루어진 원소를 나타낸다. 원자번호는 원자핵 속의 중성자 수를 무시한 수자이기 때문에 원자번호가 같다고 해서 반드시 두 원소가 정확히 같은 물리적 성질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원소의 물리적 성질은 원자번호는 같으나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의 기여도를 고려한 평균적인 성질을 나타낸다.
핵반응(nuclear reaction)
전자는 연소, 분해와 같은 일상적인 물질의 화학적 변화에만 관여하지만 질량으로 말하자면 원자 전체의 1/2,000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원자의 생성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원자핵의 변환 과정이며 전자는 이 과정이 끝난 후 단순히 원자핵을 둘러싸서 원자를 중성으로 만드는 역할밖에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자의 생성을 논할 때에는 원자핵의 생성 과정만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원자핵의 변환 과정에는 핵분열(fission)과 핵융합(fusion)의 두 반응이 있다. 핵분열은 일부 무거운 원자핵이 분열하여 두 개의 보다 가벼운 핵으로 변하는 것이고 핵융합은 반대로 몇 개의 가벼운 핵이 융합하여 보다 무거운 한 개의 핵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어느 과정이나 반응 전후에 일상적인 화학 반응의 수백만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출입한다.
의 핵분열. 중성자를 흡수한 우라늄 원자핵이 불안정해져서 두 개의 원자핵으로 분열된다.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중성자가 생성된다.
중수소(D)와 삼중수소(T)의 핵융합.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된다. 이 과정에서 중성자 1 개가 생성된다.
핵자 당 원자핵의 에너지. 질량수(A)에 따라 핵자당 원자핵의 결합에너지는 다르고 A=56인 철에서 최대값을 가진다. 따라서 A=56의 철 원자핵이 가장 안정하다.
우주의 어느 곳에서 원소들이 생성되었다면 핵분열에 의해 무거운 핵으로부터 가벼운 것들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핵융합의 과정에 의해 가벼운 것으로부터 점차 무거운 것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질량과 에너지(mass and energy)
표준단위계로 질량의 단위는 kg이고 에너지는 J이다. 그런데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의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때로는 질량을 에너지의 단위로 표시하기도 한다. 이 때 에너지도 주울(Joule)이 아니라 전자볼트(eV)를 잘 사용한다. 질량을 에너지로 표시하기 위해서는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다음 의 관계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전자의 질량은 이므로 이다. 같은 방법으로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은 각각 938.272 MeV와 939.566 MeV로서 차이는 1.294 MeV이다.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
열적 평형상태에 있는 동일한 (고전적)입자들의 에너지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며 어떤 에너지 E를 가질 확률은 볼츠만 인자 에 비례하는 이른 바 볼츠만분포(Boltzmann distribution)를 따른다. 즉,
여기서 로서 볼츠만상수(Boltzmann constant)라고 불린다.
볼츠만분포. 열적 평형 상태에 있는 동일 입자 시스템에서 각 입자의 에너지 분포를 온도의 함수로 표시하였다.
볼츠만분포를 이용하면 입자의 평균에너지와 절대온도 사이에는 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일 수 있다. 즉,
이다. 여기서 는 자유도(degree of freedom)라고 불리며 입자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상수이다. 예를 들어 단원자이면 이다.
열적 평형 상태의 온도와 평균에너지. 자유도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나 여기서는 3/2를 취했다.
따라서 열적 평형 상태에 있는 입자들의 평균 에너지와 온도를 관련시킬 수 있다.
빅뱅(Big bang)
빅뱅은 우주가 처음에는 점과 같이 크기가 없는 상태로부터 일으킨 대폭발을 말한다. 빅뱅에 의해 태어난 우주는 무한히 작고 무한히 뜨거운 상태에서 팽창하면서 빛과 물질이 생성되고 점점 냉각되면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빅뱅과 이후 우주의 진화 과정
빅뱅에 의한 원자핵의 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
빅뱅 직후 우주에는 빛과 물질이 상호 가변의 상태에 있었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점점 냉각되어서 기본입자가 생성되고 이들로부터 양성자와 중성자가 생성되었다.
에서는 이들 양성자와 중성자들은 전자(electron), 양전자(positron), 중성미자(neutrino), 반중성미자(antineutrino) 등과의 약상호작용으로 서로 변환하고 있었다.
양성자-중성자 사이의 변환. 중성미자나 전자와의 반응에 의하여 상호 변환한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열적 평형상태에 있다고 하면 중성자와 양성자 수의 비율은 볼츠만분포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로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차이다. 이 때 우주의 온도는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이 비율은 거의 1에 가까웠다. 즉 양성자의 수와 중성자의 수는 거의 같았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가 되면 우주의 온도는 , 열적 에너지는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것은 열적 평형 상태에 있던 중성미자의 에너지도 이런 값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주의 팽창과 함께 중성미자의 밀도도 감소하였다. 약상호작용 발생률은 중성미자의 밀도와 에너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약상호작용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약상호작용에 의한 중성자-양성자 사이의 변환이 이전보다 천천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만일 당시의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던 다른 종류의 변화의 발생률도 모두 늦추어졌다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약상호작용의 발생률을 비교해야 할 상대는 바로 우주의 팽창률이다. 빅뱅이론의 계산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률도 점차 느려지지만 느려지는 정도는 약상호작용이 훨씬 심하다는 것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t=1s 정도가 되면 약상호작용의 발생률이 우주의 팽창률보다 느리게 되기 때문에 중성자와 양성자를 상호 변환시키는 약상호작용이 실제적으로 열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데 역할을 못하게 된다. 이 상태를 약상호작용의 freezeout 이라고 하며 중성미자는 우주의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되었다(decoupled)고 한다. 중성자와 양성자도 열적 평형 상태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 순간에 중성자와 양성자 수의 비율은
이다. 중성자-양성자 상호 변환 반응 중에서 중성미자에 의한 반응이 약해졌지만
와 같은 반응이 한 방향으로는 얼마동안 계속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우주가 냉각되어 전자-양전자의 쌍이 생성되지 않는 온도가 되면 어렵게 된다.
전자-양전자 쌍생성. 고에너지 광자로부터 전자와 양전자가 생성될 수 있다.
전자-양전자의 쌍이 생성될 수 있는 온도는 쌍생성의 최소 에너지인 에 해당하는 온도로서
정도가 된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이때는 이고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은 1:6 정도가 된다. 이제부터는 중성미자에 의해 발생하는 변화는 무시되지만 중성자가 핵 밖에 있을 때 양성자로 붕괴하는 약상호작용은 계속된다.
이 붕괴는 반감기가 약 615 초인 베타붕괴이다. 이 붕괴는 자유 중성자를 양성자로 변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만일 핵반응이 일어나 중성자가 핵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는 중성자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베타붕괴 때문에 중성자의 수가 조금씩 감소하여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이 1:7로 된다.
에서 우주의 온도는 로 되어 열적 에너지로는 0.129 MeV로 낮아졌다. 이때부터 최초의 핵융합 반응이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중양성자(deuteron)가 되는 것이다. 중양성자는 중수소(deutrium)의 원자핵이다. 이렇게 하면 중성자가 핵 속으로 들어가서 안정하게 된다.
중양성자의 합성.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융합하여 중양성자가 합성된다.
이 반응은 2.2 MeV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자발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존재할 때부터 반응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생성된 중양성자는 고에너지 광자에 의해 곧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에 중양성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온도가 충분히 낮아져야 한다. 우주의 온도가 중양성자를 분해시킬 수 있는 에너지인 2.2 MeV보다도 약간 낮아서도 불충분하다. 광자의 에너지 분포에서 2.2 MeV 이상의 에너지의 광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더라도 당시에는 광자의 밀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중양성자를 파괴할 고에너지 광자가 주위에 충분히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온도가 로 되면 고에너지 광자의 수가 현저히 떨어져서 생성된 중양성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부터 본격적으로 중양성자가 생성되고 이로부터 헬륨이 생성된다. 헬륨 생성 반응으로는
헬륨 합성. 중양성자에 양성자나 중성자가 연속적으로 반응하여 헬륨으로 된다.
이 있다. 그 외에도
이 있다. 이들 반응에 의해 헬륨의 합성은 불과 3분여 만에 끝나버린다. 수소와 헬륨이 우주의 구성 물질 중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우주 창조의 1 단계가 불과 3분 만에 끝나버린 셈이다. 와인버그의 유명한 저서 “The first three minutes” 는 이를 주제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헬륨의 결합에너지는 28 MeV나 되기 때문에 매우 안정하다. 또한 이미 우주의 온도 에너지는 0.129 MeV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 반응은 한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즉 모든 자유 중성자가 없어질 때까지 헬륨이 계속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중양성자의 생성 시점에서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가 1:7이었다면 헬륨과 수소의 비가 1:12로 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질량비로 환산하면
가 된다. 관측 값은 0.234이다!
온도에 따른 원소 존재비의 변화. 빅뱅 이후 일어난 핵합성은 불과 3분여 만에 종료되어 모두 안정적인 값을 가지게 된다. 이 그림표는 빅뱅이론과 핵융합 데이터를 이용한 모의실험 결과이다.
원자핵 중에는 질량수가 5와 8인 안정한 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생산된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질량수가 5 혹은 8인 원자핵이 생성되기가 어렵다. 혹시 생산되었다고 하더라도 금방 붕괴해버리기 때문에 이들을 발판으로 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의 합성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빅뱅에 의해 생산된 원자핵은 수소 및 헬륨과 약간의 리튬과 베릴륨만이 있었다. 이들 원자핵은 가 되었을 때 전자와 결합하여 중성 원자로 되었다.
전자 포획에 의한 중성 원자의 생성. 빅뱅 핵합성에 의한 원자핵(+)은 우주가 충분히 냉각되었을 때 전자를 포획하여 중성 원자로 되었다.
이들보다 무거운 원소는 훨씬 이후 별 내부에서 이들을 원료로 사용하여 핵융합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참고 문헌
1. http://www.webelements.com/webelements/scholar/
2. http://www.usafa.af.mil/dfp/cockpit-phys/ne3th1.htm
3. http://mats.gmd.de/~skaley/pwc/boltzmann/Boltzmann.html
4. http://www.crystalinks.com/bigbang.html
5. http://aether.lbl.gov/www/tour/elements/early/early_a.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