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푸른 스커트의 지퍼 / 오세영

장백산-1 2012. 5. 6. 11:48

 

 

푸른 스커트의 지퍼

 

 

푸른 스커트의 지퍼 / 오세영


농부는
대지의 성감대가 어디 있는지를
잘 안다.
욕망에 들뜬 열을 가누지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기조차 힘든 어느 봄날,
농부는 과감하게 대지를 쓰러뜨리고
쟁기로
그녀의 푸른 스커트의 지퍼을 연다.
아, 눈부시게 드러나는
분홍빛 속살,
삽과 괭이의 그 음탕한 애무, 그리고
벌린 땅속으로 흘리는 몇 알의 씨앗.
대지는 잠시 전율한다.
맨몸으로 누워 있는 그녀 곁에서
일어나 땀을 닦는 농부의 그 황홀한 노동,
그는 이미
대지가 언제 출산의 기쁨을 가질까를 안다.
그의 튼실한 남근이 또
언제 일어설지를 안다.

 

 

 

 
Sunrise sunset / Eddie Fisher / 지붕 위의 바이올린 ost

 

 

 

----새로 나온 오세영 시인의 생태시집 ‘푸른 스커트의 지퍼’에서---

大地에서 태어난 人間은 結局 大地로 돌아가는 存在이다.

그러므로 大地는 내 自身이자 어머니이며 나의 現住所이자 나의 故鄕이다.

그 부드럽고 찰진 흙은 내 살이며, 졸졸졸 맑게 흐르는 물은 내 피이며,

아름답게 우거진 수목들은 내 머리털이며,

장엄하게 출렁이는 푸른 바다는 내 心臟이며,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은 내 靈魂이다.

 
- '생태시 선언문' 중에서 -

 

저자 : 오세영

수상 : 1992년 정지용문학상, 1987년 소월시문학상, 만해 문학 대상,

시협상, 김삿갓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 열어라 하늘아>, <무명연시>, <사라의 저쪽>,

<바람 그림 자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 등이 있다.

소개 :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졸업. 동 대학 문학박사.

미국 버클리대 및 체코 챨스대 방문교수, 아이오아대학교 국제 창작프로그램 참여.

1965~1968년 「현대문학」 추천 등단.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열어라 하늘아> <무명연시> <사랑의 저 쪽> 등.

학술서 <20세기 한국시 연구> <상상력과 논리> <우상의 눈물> <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과 그 이해> 등. 현재 서울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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