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통령 김두관

'마을 이장' 김두관이 던진 출사표 '아래에서부터'

장백산-1 2012. 6. 12. 21:31

 

 

 

정치

정치일반

‘마을 이장’ 김두관이 던진 227p 짜리 ‘출사표’

등록 : 2012.06.12 20:57 수정 : 2012.06.12 20:57

 

‘마을 이장, 김두관! 더 크고 담대하고 창조적인 마음으로 국가 앞에 서고 싶다.’

 

 김두관 경상남도지사가 최근 펴낸 책 <아래에서부터>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사실상 대선 도전을 선언하는 문구다.

 

 12일 저녁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 역시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행사장 벽면에는 ‘성공한 서민정부를 위한 김두관 리더십의 5가지 키워드’라는 제목의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원혜영, 민병두, 문병호 의원 등 전날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인사들을 포함해 김 지사의 지지자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다만 김 지사는 이날 행사 내내 구체적인 대선 출마 일정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가 지사직을 던지고 대선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지역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인 탓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출판기념에 앞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까 하고 서울에서 기자들이 많이 내려오신 것 같은데, 헛다리 짚으신 것 같다(웃음)”며 미리 선을 그었다.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해서는 “이달 22~23일에는 투자유치 등을 위한 중국 방문 일정이 있다”며 “6월30일이 제 민선 임기 4년의 절반이 마무리되는 만큼, 7월에 접어들면 도정을 계속할지, 아니면 야권의 승리를 위해 대선 참여를 선언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로서 김 지사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여야 후보 면면을 봤을 때 살아온 삶의 궤적이 저만큼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며 “민주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지금 대선주자들의 모습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당내 대선 후보 경쟁이 시작되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경선이 본격화되면 누가 경쟁력이 있고, 확장성이 있는지 정해질 것으로 본다”며 “경선 자체가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는 과정인 만큼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은)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이번에 낸 자서전은 227페이지에 달하는 일종의 출마선언문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國政運營의 價値를 제시했으며, 이를 實現하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그리고 왜 자신이 그에 걸맞는 인물인지를 설명하는 완결된 구조의 출사표다. 다만 김 지사는 이 책에서도 자신이 경남지사를 중도에 사퇴하고 ‘왜 이번에’ 대권의 꿈을 품게 되었는지, 경남도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출사표’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국정운영의 목표로 1930년대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의 3균주의(균등한 정치, 균등한 경제, 균등한 교육)를 현실에 맞게 되살린 ‘新 3均主義’를 내세웠다. 지방균형발전, 사회균형발전(양극화 해소), 남북균형발전이 그 핵심 내용이다.

 

김 지사는 책의 서문에서 이와 관련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시도하다가 끝을 못본 가치들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이를 완수하는 것이 두 명의 대통령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대선에서 (과거 대통령의) 복제품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역대 대선의 교훈”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겨냥한 듯 “백마 탄 왕자가 갑자기 등장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옛날 이야기”라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전업 정치인이 서민정치를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가 책을 통해 가장 공을 들인 부분도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다.

 

 그는 自신이 갖고 있는 差別化된 리더십의 첫번째로 그는 ‘서민’을 꼽았다. 변호사인 노무현 대통령이 서민 출신으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했다면, 그는 ‘서민 대통령’의 위치에서 서민 정치를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은 전문대를 나온 이장 출신이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가 책의 상당 부분을 선반공 출신의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성공 사례를 인용하는데 할애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주류의 주류’였다면, 김두관은 ‘비주류의 비주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2010년 도지사 선거 및 이후 도정 운영에 있어 ‘연대의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말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돌파할 일종의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는 남해군수와 행자부 장관, 경남지사 등을 거치면서 쌓은 ‘실전 경험’도 자신있게 내세우고 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장점을 ‘혁신’과 ‘경청의 자세’, 그리고 ‘원칙주의’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는데, 이를 설명하면서 그는 자신이 남해군수 시절 추진한 정책들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남해군에서 추진했던 잔디구장 및 잔디 육성 사업, 친환경 생활폐기물 처리 사업, 기자실 개혁과 불법 묘지 근절 사업 등이 이런 장점들이 결합된 성공 사례로 책에서 제시됐다. 나아가 김 지사는 이번 책을 통해 ‘1차 진료기관 대폭 확충’ 등을 뼈대로 한 의료양극화 해결책과 기름값 인하를 위해 정유 공기업 신설 검토 등 향후 자신이 추진할 정책의 구체적 사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장·군수 때의 성공사례가 한 나라의 국정에도 적용될 수 있냐’는 외부의 의구심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슬 한방울에도 우주의 원리가 있고, 참새에게도 오장(五臟)이 있다. 아무리 작은 조직에서도 초대형 조직이 직면하는 문제와 같은 갈등과 문제해결 방식이 존재한다.”

 

창원/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