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유력 대권주자들의 잇따른 출마선언으로 야권의 대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손학규 고문이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17일에는 문재인 고문이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26일에는 정세균 고문이 대권출마 의지를 공식화하고 정동영 고문은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내달 중 김두관 경남지사도 당내 후보경선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고문은 이들 간 틈새전략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손 고문은 그간 모호한 어조를 통해 중립적 위치를 고수해왔다. 어떤 사안을 정면으로 뚫기보다는 비켜가는 전략을 구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모습을 버리고 과감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함으로써 많은 이들의 관심도를 집중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역시 정공법을 택함으로써 정면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반성의 정치를 보여줘 많은 이들의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다.
민주 대선경선 ‘3파전 예고’ 속 손학규 광폭 행보
민주통합당 대권후보 경선이 문재인·김두관·손학규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 고문과 김 지사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손 고문이 최근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 고문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각계각층 인사 100명을 초청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애민 대통령’,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민생 대통령’,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출마 선언이후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던 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표현, 때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상대후보에 대한 평가나 공격도 서슴지 않는 등 대권경쟁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손학규, “文은 필패, 金은 文의 대체자, 安은 대권의지 없어”
손학규 고문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같은 방법으로는 두 번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문재인 고문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친노계 유력 주자인 문 고문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특히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던 때에는 PK(부산·경남)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이기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대선은 수도권에 널리 퍼진 중간층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중도층과 중부권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손 고문은 또 내달 중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대해 “김 지사는 이장부터 군수, 도지사까지 두루 역임한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그를 치켜세우면서도 “다만, 김 지사는 문 고문의 대체자로 나타난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 고문과 함께 당내 또 다른 친노 후보로 분류되는 그러면서도 친노 이미지가 옅은 김 지사를 ‘문재인의 대체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범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내가 당선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등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출마를 결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당내 ‘원샷 경선’ 참여 요구와 관련해서도 “안 원장 자신의 결정사항이지 다른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다”며 “안 원장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함께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의 대선출마를 에둘러 반대했다.
문 고문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미지 대결이 아닌 콘텐츠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은 누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먹여 살리고 안정적으로 나라를 이끌 지에 대한 구체적인 콘텐츠를 놓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손 고문측 핵심관계자는 손학규 고문이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전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인기투표식 여론조사에서 손 고문이 문재인, 김두관 유력주자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을 어쩌겠느냐”고 반문한 뒤 “단순히 여론조사의 퍼센트로만 후보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안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측근은 또 당내 친노대 비노의 대결구도와 관련해 “친노-비노의 경선구도가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우린 그걸 넘어서야 한다. 화합의 아이콘이 이를 이끌어 가야 한다”며 손 고문의 경쟁력을 치켜세웠다.
‘입지약화’ 손학규 그의 선택은?
손 고문의 최대 약점 중 하나는 당내 세가 약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4·11총선에서 살아남은 측근인사도 신학용·조정식·이찬열·김동철 의원 등 1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권후보 경선에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비교적 문재인 고문을 지지하고 있으며, 지방자치 쪽은 김두관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한국노총을 제외하면 손 고문을 지지하는 조직이나 세가 아직 미비하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노총을 안고 가는 것은 그에게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딱지표가 있는 만큼 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9전당대회에서 김한길 최고위원이 중부권에서 다득표를 얻은 것을 두고 손학규 고문의 영향력이 뒷받침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와 충청 그리고 강원 지방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은 타 지역과 여타 후보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전대에서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은 지도부에 안착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어쩔 수 없는 그의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손 고문은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와 비교했을 때 대중적 매력이 떨어지고 그 영향력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그가 킹메이커가 되거나 페이스메이커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손학규 후보가 의외의 선전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도층 끌어안기와 중부권에서의 승부가 가능하고, 또한 친노-비노의 프레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파벌정치에 대한 정치적 환멸감에서 비켜날 수도 있다. 여기에 정책대결로 승부를 본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강(문재인-김두관) 1중(손학규) 구도’ 속에서 대선후보 경선 막판까지 문재인-김두관의 경쟁 구도로 판이 돌아갈 경우 손 고문은 두 사람 사이에 캐스팅 보트 역할도 가능하다. 여기에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손 고문이 경선 막바지 여타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을 시도함으로써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초 빅3로 평가받던 정동영, 정세균 고문이 그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여기에 안철수 원장 역시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동병상련’ 정-정, 원조 빅3의 선택은?
민주통합당 출범 이전까지 손학규·정동영·정세균 고문은 당내 빅3로 통했다. 친노가 득세하고 4·11총선에서 호남과 비친노 인사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가 단행되면서 빅3의 입지는 줄어들게 되었다.
그나마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 고문은 서울 종로에서 5선 고지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됐으며, 자신의 계파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은 6·9전대에서 호남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최고위원이 되기도 했다.
정 고문은 오는 26일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광장시장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벌써부터 정 고문이 차기를 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권후보 가운데 현재 빅3로 평가받는 문재인·김두관·손학규 측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출범과정에서 친노진영과 머리를 맞대고 이를 추진했으며 또한 ‘범친노’에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고문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원조 빅3’ 정동영 고문의 상처는 매우 깊다. 자신의 계파가 뿔뿔이 흩어지고 본인 스스로도 서울 강남에서 고배를 마셨다. 6·9전대에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그나마 정 고문의 존재감도 다시 부각됐다.
정동영 고문 역시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당내 입지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그의 대선출마는 제기를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고문의 경우 친노 인사를 지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김두관 지사나 손학규 고문과 연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김 지사가 호남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맺고 있으며, 정 고문 역시 활로 모색을 위해 김 지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민주통합당의 출범을 함께 이룩한 손학규 고문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빅3로 분류됐던 정 고문과 손 고문은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통합정당 출범을 놓고 난항을 겪었을 당시 서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 현재 처한 이들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 또 다시 연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각 주자 ‘호남 끌어안기’ 러시
민주당 내에서 호남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은 상당하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남의 선택이 전체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후보들의 호남 구애는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이 지역 출신 정세균·정동영 고문과의 연대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당내 유력 주자들 모두 호남 끌어안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손학규 고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가장 먼저 찾은 지역은 호남이었다. 문재인 고문은 2박3일의 일정으로 호남을 찾아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호남 구애에 먼저 불인 지핀 건 손학규 고문이었다. 손 고문은 대선경선 출마선언 직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오 여사를 예방하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친노의 득세와 호남물갈이론 등으로 홀대받은 호남을 끌어안고, 아울러 문재인·김두관 후보가 영남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호남의 정통성을 얻기 위한 복안이었다.
문재인 고문 역시 지난 20일 광주·전남을 방문, 호남 표심잡기에 나섰다. 문 고문은 전남 나주 ‘남평 문씨’ 문중을 방문해 자신의 뿌리가 호남임을 드러냈으며,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해남 대흥사를 찾아 지역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김두관 지사 역시 이달 말 호남을 찾는다. 그는 오는 30일쯤 광주에서 출판기념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광주시청을 방문해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과거 남해군수 시절부터 호남지역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맺어 왔다. 그는 특히 영남 후보임에도 호남에서의 반감이 적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