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북미까지 퍼져 있는 ‘한韓’
‘대한大韓’이란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
우리 국호에 대한이란 말을 처음 쓴 분은 고종 황제였다. <조선왕조실록> 1897년 10월 11일자의 기록에 따르면, 고 종은 “우리나라는 곧 삼한三韓의 땅인데, 개국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으니 지금 천하의 호칭을 ‘대한大韓’으로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 라고 하고, 앞으로 “모두 대한으로 쓰도록 하라” 라고 명하였다.
우리나라는 본래 삼한이었으므로 그 ‘한’ 을 되살려 국호를 대한으로 정할 것을 명한 것이다. 그 이틀 후, 고종 황제는 원구단에서 하늘의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올리고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하 만방에 선포하였다.
대한민국의 대한은 바로 삼한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기서 삼한은 한강 이남에 움츠려 있던 남삼한南三韓이 아니라, 신교의 삼신 사상이 인간 세상의 통치원리로 구현된 본래의 북삼한北三韓이다. 고조선 시대에 초대 단군왕 검께서 삼신의 원리에 의해 나라를 진한眞韓, 번한番韓, 마한馬韓으로 나누어 다스린 삼한관경제三韓管境制가 삼 한의 시초인 것이다. 19세기 말 고종 황제가 ‘조선’ 대신 ‘대한’ 이라는 새로운 국호를 선포한 것은 이 나라가 고조선 의 삼한을 계승한 천자국天子國이자 자주독립국으로 재탄생함을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대한’ 의 연원은 <환단고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환건국吾桓建國이 최고最古라” 라는 <삼성기> 상의 첫 문장이 그것이다. “우리 환족이 나라를 세운 것이 가장 오래다”라는 이 선언은 한민족이 원래 ‘환 족’ 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환桓’은 ‘하늘의 광명(天光明)’ 을 뜻한다. 이 ‘환’ 에서 탄생한 것이 ‘한韓’ 이다. 즉 ‘한’은 ‘하늘의 광명이 인간에 게 내려와 깃든 것(人光明)’ 이다. ‘한’ 은 바로 인간을 하늘의 광명을 내려 받은 신성한 존재로 자리매김 하는 말인 것이다. 이렇게 위대한 우주 사상을 담고 있는 ‘한’ 이 우리 한민족을 지칭하는 말이 된 것이다.
‘한’은 단지 이 땅의 7천만 겨레를 가리키는 언어로 한정되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한’은 20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뜻만을 꼽아도, 하나(一), 많다(多), 크다(大), 같다(同), 가운데(中), 대략(凡) 등이 있 다. <환단고기>에서도 ‘한’의 뜻을 여러 가지로 정의한다.
韓, 卽皇也, 皇, 卽大也, 大, 卽一也 한은 역사의 통치자인 皇(임금)이라는 뜻이다. 이 황은 크다(大)는 뜻이며, 크다는 것은 하나(一)라는 뜻이다. <소도경전본훈>
‘한’에는 ‘크다’, ‘하나이다’ 라는 뜻이 담겨 있어, ‘한’ 은 온 인류를 하나로 묶는 말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온 인류를 하나의 큰 가족으로 보는 ‘대한’ 사상이 나왔다.
‘한’ 에 이렇게 여러 뜻이 담겨 있음은 ‘한’이 오랜 역사성을 가진 말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상고 시대에 일찌감치 생 겨나 여러 의미가 덧붙여 졌으며, 환국 이래 고대 동북아 문명이 동서남북으로 퍼져 나갈 때 사람들의 입을 통해 ‘한’ 이란 말도 멀리 전파되었던 것이다.
<인류 역사는 '하나' 에서 시작하였다. 즉 환국이다. 하나는 다多로 분열하였다가, 가을의 원리에 의해 다시 하나로 통일된다. 인류 최초의 말이 있었다. '하나' 또는 '한'이다. 이 '한' 은 인류 문명 전체를 포괄한 언어이다. 인류문명은 지 금까지 기껏 이 한 씨앗의 범주 안에서 뛰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하나'를 뜻하는 이 '한'은 하느님, 신, 칸(임 금), 위대, 광명 등의 뜻으로 파생하였다. 환국은 인류 최초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 칸의 천자국, 광명의 위대 한 나라였지 않는가.>
고조선 시대에 갈려 나간 북방 민족 중 몽골족의 언어에서 ‘한’ 또는 ‘한’과 유사한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몽골 제국 을 구성한 4대 왕국인 오고타이한국汗國, 차가타이한국, 킵차크한국, 일한국의 이름에 비록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한’이 포함되어 있다. 이 ‘한국汗國’ 은 ‘칸국’으로도 발음되는데, 김상일 교수에 따르면 몽골어에서 칸은 신의 이름 과 영웅, 산, 강 같은 숭배 대상 등에 붙여진다.
마야 인디언들에게서도 칸Kan이 신적 존재와 관계되어 사용되고 있다. 북미의 호피 인디언들에거서 발견되는 ‘한 야Hania' 는 전쟁신을 가르킨다. 잉카 세계에 있어서 천상 세계는 ’하난 파차Hanan pacha'로, 여기서 ‘하난’은 ‘하 늘 세계’ 혹은 ‘높다’ 는 뜻이다. 여러 인디언 부족들의 말에서 ‘한’ 혹은 ‘칸’ 을 어간으로 하는 어휘 대부분이 ‘하늘, 하느님’ 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문명 속에서도 ‘한’이 숨어 있다. 미얀마의 네 부족 가운데 맨 위쪽에 위치한 친Chin족이 부르는 신의 이름은 ‘팟 히안Pat Hian' 이다. ‘팟’ 은 ‘아버지’ 란 뜻이고 ‘히안’은 ‘하늘’ 이란 뜻이다. 여기서 ‘히안’ 은 ‘한’ 과 유사 음으로 볼 수 있다.
인구 4백만 정도에 이르는 인도의 원주민인 산탈Santal족의 창조신화에도 ‘한’의 명칭이 나타난다. 산탈 신화에 등 장하는 새의 이름이 ‘한스Hans'와 '한신‘Hansin'으로, 그 이름에 ‘한’이 들어 있다.
타이 사람들은 우리의 ‘한’ 과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콰한Khwan' 이다. ‘콰한’ 은 무려 32가지의 의 미를 지니고 있다. ‘콰한’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개념이며, 너와 내가 조화되는 개념이다.
인도네시아의 신화에서 최고신은 ‘커투한Ketuhan' 이다. ‘커’는 우리말로 ‘크다’는 뜻이며 ‘투한’은 ‘주 하느님’이라 는 뜻이다. 신의 이름에 ‘한’ 을 포함하고 있다.
필리핀의 이고로트Igorot 원주민의 최고신은 ‘카후니안Kafunian' 이다. ‘카후니안’ 은 ‘카한’, ‘칸’ 으로 줄여질 수 있 다고 보면, 반대로 ‘한’, ‘칸’ 이 ‘카후니안’ 으로 풀어질 수도 있다. 이 외의 여러 이고로트 말 속에 현재 한국인이 사 용하고 있는 ‘한’ 과 거의 같은 의미의 ‘한’이 살아 있다.
김상일의 주장대로, ‘한’은 문명의 기원에 있어서 동아시아 문명을 하나로 묶어 주는 띠와 같은 언어인 것 이다.
‘한’ 의 궁극적인 뜻은? 그런데 ‘한’이 궁극적으로 뜻하는 바는 미래의 인간상이다.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한’은 인간에게 내재한 광명, 또는 광명이 깃든 신성한 존재로서의 인간 등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한’ 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은 장차 천지의 뜻과 이상을 역사 속에서 직접 실현할 천지의 아들딸로서 ‘태일太一의 인간’을 가리킨다. 미래 문명사회에서 보편적인 인간상이 될 태일 인간, 이것이 ‘한’ 의 궁극이다.
<"환단고기", 안경전 역주, 상생출판, 564~567쪽> * 그림과 그림 설명은 글올린이가 임의로 넣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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