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과 현대물리학

대칭성? 우주 탄생의 비밀

장백산-1 2013. 7. 15. 08:10

 

 

 

몸은 왜 대칭일까, 우주 탄생의 비밀 숨어있다
한겨레 한승동 기자기자블로그

우주의 탄생과 대칭

히로세 다치시게 지음, 김슬기 옮김

승산·1만4000원

‘대칭’이란 컵이나 시계, 책상, 꽃과 나무, 잎사귀 같은 사물의 좌우 상하가 중간의 선이나 점, 면을 경계로 해 꼭같이 닮은 꼴을 가리킨다. 태양·지구 등의 천체와 같은 구나 원들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우리 얼굴과 몸 전체 형태도 대칭형이고 건축물, 도구, 로켓 같은 것도 대체로 대칭형이다.

일본 고에너지 물리학자 히로세 다치시게의 <우주의 탄생과 대칭>(원제 ‘대칭성이란 무엇인가’)은 이 대칭이란 개념으로 우주와 세상의 질서를 설명한 책이다. 우주·천체 등의 거시세계와 원자핵과 전자,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또 그것을 구성하는 쿼크와 렙톤, 게이지입자 같은 극미세계의 구성과 작동 방식, 그 위에 구축된 세계에 대한 의문점들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대칭을 모르고는 중력과 전자기력 등 우주의 기본 힘들과 최근의 양자물리학적 발견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중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책은 편집부터 특이한 형태를 취했다. 전체 쪽수 절반인 모든 오른편 쪽이 개념도 등의 그림과 사진들로 채워졌다. 왼편 쪽에서 설명한 내용을 바로 오른편 쪽의 시각자료로 재확인할 수 있다. 양자기술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우리는 이미 레이저·반도체·컴퓨터·휴대폰 등 양자물리학 토대 위에 구축된 기술들을 소비하고 있다. 조만간 양자컴퓨터·양자통신이라는 또다른 차원의 기술혁명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일반인들에게 양자역학의 세계는 여전히 ‘난해’하다. 이 난해의 숲을 헤쳐나가기 위한 기본 개념 무장에 이 책은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일본에서 다수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배출되는 데는 양자물리학에 대한 높은 수준의 연구 축적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뒷받침하려는 첨단과학 대중화 노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표준이론에 따르면, 137억년 전 빅뱅을 통한 우주 탄생은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이 깨지면서(‘자발적 대칭성 깨짐’) 시작됐다. 당시 쿼크는 그와 대칭이던 반쿼크보다 약 10억분의 1만큼 많았다. 예컨대 10억개의 반쿼크가 있었다고 치면 쿼크는 10억+1개였다. 각각 10억개씩의 쿼크와 반쿼크는 충돌하고 소멸하면서 빛의 알갱이(광자)가 됐다. 이는 우주 배경복사 형태로 남았다. 배경복사란 타버린 물질(쿼크)과 반물질(반쿼크)의 재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아는 물질우주는 타고 남은 10억분의 1의 쿼크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10억분의 1의 우주물질도 73%는 암흑에너지, 23%는 암흑물질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을 내는 별들은 우주 전체 질량의 4%밖에 되지 않는단다. 이 암흑물질의 정체가 쿼크·렙톤·게이지입자·힉스입자 등 모든 입자들의 초대칭짝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위스에 있는 둘레 27㎞의 세계 최대 강입자(하드론)충돌기(LHC)가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대칭이란 무엇인가, 대칭은 어떤 이유로 깨져 있는가, 대칭성이 깨짐으로써 세계는 어떻게 변하는가, 그리고 우주는 왜, 여기에 이런 형태로 존재하는가? 이 책은 승산출판사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2009년부터 기획 출간해 온 <무한 공간의 왕>, <미지수, 상상의 역사>,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대칭>,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 등 대칭 시리즈 5권의 연장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기사등록 : 2013-03-01 오후 08:18:42 기사수정 : 2013-03-01 오후 09:07:15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