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바람속을 걷는 법

장백산-1 2013. 9. 24. 12:54

 

 

 

           바람속을 걷는 법 / 이정하|
              유당 | |2013.09.21. 10:52  http://cafe.daum.net/yourhappyhouse/EDF3/3564 

 

 

 

 

 

 

바람 속을 걷는 법 1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바람 속을 걷는 법 2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바람 속을 걷는 법 3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리는지,  허구 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 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땐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 주기에 내 멋대로,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바람 속을 걷는 법 4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대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하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붙인 것들은 그것들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래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Y-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