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은 필요없다” 청와대 게시판 글 온라인서 화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이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누리꾼 정모씨는 27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지금의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을 질타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게시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0만 건을 넘어섰다. 이 글에 ‘공감’을 클릭한 누리꾼도 1만여명에 달했다.
정씨는 “대통령을 비판해본 적은 거의 없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한 것 같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임무 중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며 글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그는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더의 역할은 적절한 곳에 책임을 분배하고 밑에서 우왕좌왕하면 무슨 수를 쓰든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지 현장에 달려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일이 안 되는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최우선 의제를 설정하고 비용 걱정 하지 않도록 제반 책임을 맡아주는 일이 리더의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쳐 정씨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대통령이 “내가 책임질 테니 모든 시도를 다하라”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에) 유속의 흐름을 늦추게 유조선을 데려오고 싶어도 일개 관리자가 그 비용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그러나 누군가 그런 문제들을 책임져 주면 달라진다.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 (라는 말은) 어떤 민간인도 관리자도 국무총리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힘없는 시민들조차 죄책감을 느끼고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고 이끌 수 있었던, 해외 원조 요청을 하든 인력을 모으든 재벌 회장들에게 요청하든,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그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무슨 일을 고민했는가”라고 물었다.
두 번째로 정씨는 “대통령은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철거와 세 모녀 자살 등의 사건을 꼽으며 “평소 시스템이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가 헷갈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신 구조활동을 멈추고 의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 불리한 소식은 유언비어라 통제한 사람들, 순식간에 행진을 가로막은 진압 경찰들…은 지시가 없어도 척척 움직였다”며 “이것이 이들의 평소 매뉴얼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그는 “그들은 평소 리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마지막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썼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 그 막대한 권한과 모든 대우는 그것이 ‘책임의 대가’이기 때문이다”며 “해야할 일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대통령,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대통령, 책임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며 글을 마무리지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을 통해 실명인증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글에는 수백 명의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았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글쓴이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누리꾼 신모씨는 “정말 공감한다. 대통령이 꼭 이 글을 읽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모씨는 “나라에서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고 마음에 아로새겼다. 이 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도 않는데 왜 내가 이 나라에서 세금을 내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나”라며 “대통령과 정부에서 일하는 분들은 이 글을 뼈저리게 읽으라”고 말했다.
반면 누리꾼 양모씨는 “옳은 말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대통령 하야라니? 이런 독선적인 글은 이번 사태에 약이 아닌 독이 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28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접속자 수가 몰리면서 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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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입력 : 2014-04-27 20:09:28ㅣ수정 : 2014-04-28 11:41:11 | 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