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일곱 살의 감자밭

장백산-1 2015. 7. 24. 13:53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일곱 살의 감자밭

근심 한 대를 불붙여 입에 문 아버지,
어머니가 한쪽 다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며
잡초가 키우는 감자밭을 서성거렸습니다.
계절을 헛디딘 옆 밭 고추모종이 목발을 짚은 채
아버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여린 감자처럼 비린 여동생이 입가에 주렁주렁 울음을 매달고
할머니는 주름진 목에서 수시로 한숨을 꺼내놓았습니다.
먼 곳에 있는 어머니는 급체에 업혀간 동생 소식에야 마당을

들어섰습니다. 애틋한 체취가 빈 주머니마다 채워진 일곱 살.
눈은 어머니 불편한 다리보다 허전한 손을 훑었습니다.

물방울무늬를 입고 돌아온 동생의 낯선 원피스는
동생 얼굴만큼이나 서늘했습니다.
돌아누운 섭섭함이 좀처럼 잠들지 못했던 그때,
슬쩍 당겨본 감자밑동은 여전히 소식이 맺히지 않고
내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되지 못했습니다.

뜨끈한 핏줄은 왜 이따금 마음을 벼랑으로 몰까요.
어머니는 서둘러 병원으로 떠나고 처마 끝으로 몰려든

하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습니다.

감자야 어서 씨알이 굵어져라,
내 맘을 아는 백구가 감자밭을 뛰놀고
백구의 조인 목줄을 나는 몰래 한 칸 늘여주었습니다.

* 다이어트에 감자가 좋은지, 고구마가 좋은지...
어느 프로를 보다가 문득, 폭신한 그 감자 맛을 생각하며
먼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묶여도

서로의 마음을 모를 때가 많지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는 주말 보내세요.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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