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몽삼매(如夢三昧) - 현정선원 법정님
[문]
꿈속에선 가능해도 現實에선 불가능한 것이 있는데 어째서 꿈과 現實이 같다고 말씀하십니까?
[답]
시절이 이쯤 됐는데도, 정 꿈과 現實이 전혀 다른 거로 보인다면 그렇게 믿고 살아야지 별 재간이
없는 거요. 現實이 왜 꿈과 다르지 않은가에 대해선 이미 수도 없이 펼쳐 보여줬소.
질문자의 그 질문 속에는 이 現實은 틀림없는 實際라는 事實이 깔려있는 것 아니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當然히 그렇게 보아야 한다고 하신, 이 世上, 現實이 꿈같고 환(幻)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등등의 말씀은 전혀 공허한 소리라는 것 아니오?
그러니 지금 여러분의 참구가 얼마나 皮相的이고 깊지 못한지 알아야 하오.
아니면 ‘그래도 그렇지만’ 現實을 實際로 여기고 그 現實 속에서 ‘나’를 고이고 섬기고 단맛을 보며
지내려는 生覺이 眞實을 깨치고자 하는 求道의 마음을 온통 쓸어 덮고 있는 거요.
有情, 無情, 有想, 無想을 막론하고 이 世上 宇宙森羅萬相은 몽땅 緣起的인 條件, 因緣으로 말미암아
假合物인 虛像으로 나타나 있는 것 아니오? 고정불변하는 독자적인 실체로서의 실재가 아니 다른
그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現象, 存在, 것이라면 그것 自體는 전혀 自體의 性稟이 없는 그저 이름만
있는 허깨비라는 소리요.
가령 수건의 가로실 세로실을 모두 뽑아 양쪽에 놓으면 수건은 어디로 간 거요?
그처럼 宇宙萬物의 因緣, 緣起的인 條件이 어우러지면 假合物의 世上이 있는 듯하고
緣起的인 條件, 因緣이 흩어지면 없는 듯한 것이 假合物인 이 世上의 實相이오.
卽, 수건은 다만 여러분의 마음으로만 수건이라고 이름 붙여 부르는 槪念일 뿐,
固定不變하는 獨立的인 實體가 있는 것이 아닌 거요. 이 世上 모든 것이 마찬가지요.
이 世上 모든 것이 全部 因緣生 因緣滅이기 때문에 그렇소. 結局 이 世上 森羅萬相은
여러분 마음이 그렇다고 하면 그렇고 여러분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하면 그렇지 않은 거요.
여러분의 마음이 變해서 수건이 되고 사람이 되고 ‘나’가 되고 ‘너’가 되고 세상이 되는 거요.
그렇게 이 世上이 몽땅 여러분 마음이 變해서 나타난 것이라면 이 세상, 현실이 여러분의
꿈속과 무엇이 다르다 하겠소? 꿈속에 온갖 이 世上 森羅萬相이 다 나타나도 全部 여러분
마음이 變해서 나타난 것이 틀림없질 않소?
그래서 밤에는 밤꿈을 꾸고 낮에는 낮꿈을 꾸고 있다는 소릴 하는 거요. 그 꿈을 깨라는 소리요.
꿈속에서 온통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天地開闢을 해도 꿈을 깨고 나면 아무 일 없음을
알듯이, 지금 여러분 눈앞의 이 世上, 現實의 모든 것이 다만 꿈속의 일인 줄로만 볼 수 있다면
지금 이 世上, 現實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는 있는 이대로 아무 일도 없는 거요.
그래서 여몽삼매(如夢三昧) 하나만으로 구경(究竟)에 이를 수 있다는 말도 있는 거요.
출처 :무진장 - 행운의 집 ▶ 글쓴이 : 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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