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공부모임 중에 지혜성 보살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작년 가을 찬 비가 내리는 날 범어사에서 만났던 일이 떠오르고 그 일이 있은 후 가졌던 공부모임에서 보살님의 변화를 느 끼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법문 파일을 되돌려 들으면서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을 것같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노구에도 공부에 변함없는 열정을 보이시는 고구마 보살님 정말 감사합니다! 대웅전 앞에서 뵙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찬 비가 내렸습니다. 연세가 많으시고 무릎관절도 성치않아 전화를 일찍 드렸습니다. 범어사에서 만나기는 그러니 지하철역에서 만나 근처 찻집에라도 가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밀린 일을 하고 있는데 9시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벌써 대웅전 앞에 와서 기다리고 계시답니다. 얼마나 이 공부가 목말랐으면 이리도 일찍 달려오셨을까? 기도하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고, 칠순이 다 되어서 부처님이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이 선방 저 선원 다니다가 무심선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입니다. 그 와중에 제 모임도 알게 되어 몇 개월째 다니고 있었습니다. 웬만한 법문은 다 이해하여 법문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기 일쑤입니다. 치셨습니다. 말씀하시는 거나 표정을 보면 공부가 굶주린 사람이라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명랑한 에너지가 샘솟는 아이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노 보살님이 지금은 많이 풀이 죽어 있습니다.
니다. 그냥 법문 듣는 게 즐겁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부를 하는 것같고 안심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법문 만 듣다보면 깨달음의 체험도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법문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 불안한 일이고 공부를 하지 않는 일이어서 죄를 짓는 것같답니다. 있었고 듣다보면 언젠가 깨달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지금 있는 이대로 自身의 자리를 直觀하는 것 을 防害하는 것같았습니다. 지난 2주 동안 두어번 전화를 주셔서 ‘법문을 한 시간만이라도 들으면 안될까이 ?’ 하고 말씀하셨는데 저를 믿고 따라보시라고 거듭 부탁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니 공부모임에 와도 표가 나게 생기가 사라졌습니다. 의지할 데가 없으니 안절부절 못합니다. 모임을 끝내고 돌아가시면서도 ‘법문을 들으면 안되겠지요?’라고 물어보십니다. 범어사로 와보시라고 한 것입니다. 오늘이 그 날인데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립니다. 않을 것같았습니다. 날씨도 쌀쌀하니 가스렌지에 고구마를 올려 쪘습니다. 바라보기를 하고 계십니다. 사람도 들락거리고 해서 설법전 뒤편 처마 밑에 야외용 방석을 깔고 고구마를 꺼냈습니다. 없을 것입니다. 보살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이 나서 그 시절로 빨려 들어갑니다. 고구마에 얽힌 추억이 실감나게 나옵니다. 머리통만했어. 그것을 쪄도 먹고 썰어 말려서도 먹고.가을 겨울 내내 징하게 먹었지...... ” 화색이 돌고 조금전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생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그 시절이 눈앞에 생생합니다.
얽힌 일들이 마치 지금의 일처럼 일어나잖아요. 고향도 가지 않았는데 고향에 온 것처럼 옛날 일들이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 딸려나오듯 생생히 일어나지요?” 나오는 생생한 이 자리. 저라고 별 수 있겠어요? 많이 배운 사람은 많이 배운 대로 드러나고 적게 배운 사람 은 적게 배운대로 인연에 맞게 드러나잖아요. 온갖 그림은 다르지만 이 자리는 누구나 똑같아요. 누구나가 이것 하나 가지고 쓰는 거라구요. 보살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이 마음자리에서 먹고 자고 앉고 눕고 한단 말이에요. 체험을 기다리는 마음도 바로 이 마음인 것이고, 법문도 바로 여기에서 들었구요. 부처님도 지금 고구마에 대한 옛일이 생생하게 일어나는 이 마음자리뿐임을 깨달은 거예요. 그런데 뭘 더 기다리고 바라겠어요?” 일어난다고들 해서.” 궁금하지. 그래서 하루종일 찾아도 없어. 이 바보 멍텅구리야. 그것도 모르냐? 서울대학 들어가는 것도 이것 보다는 쉽겠다고 했지.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못찾으니 포기할라 했어. 오늘 여기 앉아 있으면서 이제 이 공부 안할란다 그 생각했지. 이 공부 안하고도 자식 잘 키우고 잘 살아왔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 어떡하냐. 살아오던 대로 죄 안짓고 착하게 살면 되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 그런데 이걸 쓰고 있으면서도 밖에서 찾아 왔네. 아이구 멍텅구리야.” 무겁지 않았습니다. 발딛고 선 자리를 돌이켜 볼 뿐입니다. 지금 이렇게 한 生覺이 일어나는 이것은 지극히 온당한 일이고 自然 스런 일이며, 누구나가 갖추고 있는 마음자리입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을 可能하게 하는 이것이 모든 것이자 모든 것의 出處와 落處입니다. 바로 지금 여러분이 글을 읽는 이 자리, 헤아림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지금 여기 이 자리. 초등학교도 못나왔다면서 배운 게 없어 공부를 못한다고 한탄하시던 노 보살님이 고구마 를 잡수시다가 이미 있는 이 자리를 돌이켜 보고는 찾는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범어사를 내려가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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