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② “10월 유신은 올바른 역사관, 올바른 민족 사관에 입각해서 우리 민족의 안정과 번영을 이룩하고, 나아가서는
통일을 성취함에 있어 어디까지나 우리 스스로의 힘과 예지로써 이것을 쟁취하고 구현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인 것입니다.”
①, ②는 대통령 연설의 한 대목이다. 두 발언의 시간적 간격은 42년이다. ①은 2015년 10월27일 박근혜 대통령
의 국회 시정연설 중 한 대목이고, ②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한 이
듬해 1월12일 연두 기자회견 당시 한 연설중 일부다. ‘올바른 역사관’이란 표현과 “올바른 역사관·국가관 확립한
뒤 통일에 대비하자”는 논리 구조에서 유사성이 엿보인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의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
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40여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회 회의와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올바른 역사관’
은 40년 전 아버지의 연설집에서 보고 베낀 내용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할 정도로 과거 연설이었다”며 “박 대
통령의 상황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 연설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연설은 비슷한 상황인식과 논리구조를 띠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
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중략)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당연한 과제”라며 국정교과서의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 외부위기→확고한 국가관 확립 필요→역사교육 정상화→대한
민국 미래와 통일에 대비’라는 논리 흐름이다.
40여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논리로 ‘올바른 역사관’을 역설했다. 1972년 3월2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총력안보를 위한 전국 교육자 대회 치사’에서 “옛날의 춘추 전국 시대를 보는 듯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 괴뢰 집단은 (중략) 무력 남침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외국의 교육 형태를 모방하고 추종하는
데서 탈피해, 올바른 국가관에 입각한 교육을 지향해야”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국정화 추진을 강행하고,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으로 ‘분단국가의 현실’을 근거로 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의 논리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3년 3월23일 ‘전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전국 교육자대회 치사’에서는 “우리는 먼저
올바른 민족사관과 우리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확고히 정립 체득하고, 그 위에 투철한 국가관과 자주성을 확립
해야 한다”며 10월 유신의 목적이 ‘올바른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의 확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