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에
대하여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쓸데없는' 또는 '보람이나 실속이 없는' 의 뜻을 더하는 말, '헛'. 헛것, 헛걸음, 헛기침, 헛소리, 헛소문, 헛웃음 등의
단어가 주는 허탈감이 느껴집니다.
일부 동사 앞에 붙어, '잘못'의 뜻을 더하는 말이 '헛'이기도 합니다. 헛돌다, 헛되다,
헛듣다, 헛디디다, 헛헛하다 등 부질없는 행동이 마치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헛'이 이런 뜻만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헛제삿밥'이라는 음식입니다. 헛제삿밥은, 제사가 아닌 때에 마련해 먹는 음식이랍니다. 안동이나
진주 등에서는 제사음식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도록 아예 '헛제삿밥'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 많습니다. 여기서의 '헛'은
아마도 허름하다, 조촐하다의 뜻일 테지요. 그래도 나름의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배고픈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배려를 해야만 했던 옛날 선비들의 속내가 엿보이는 음식이기도 하니, 주변의 상황을 돌아볼 줄 아는 속 깊은 마음에서 나온
음식이라 하겠습니다.
- 최연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