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연습 ... 나태주
텃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기로 했다
텃밭에 가서 땀 흘려 수고하는 대신
낮잠이나 자 두기로 하고
흰 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듣기로 했다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저런 풀들이 찾아와 살았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강아지풀,
더러는 채송화 꽃 두어 송이
잡풀들 사이에 끼어 얼굴을 내밀었다
흥, 꽃들이 오히려 잡풀들 사이에 끼어
잡풀 행세를 하러드는군
어느 날 보니 텃밭에
통통통 뛰어노는 놈들이 있었다
메뚜기였다 연초록 빛 방아깨비,
콩메뚜기, 풀무치 어린 새끼들도 보였다
하, 이 녀석들은 어디서부터 찾아온 진객(珍客)들일까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하늘의 식솔들이 내려와
내 대신 이들을 돌보아 주신 모양이다
해와 달과 별들이 번갈아 이들을 받들어
가꾸어 주신 모양이다
아예 나는 텃밭을 하늘의 식솔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 대신 가끔 가야금이든 바이올린이든 함께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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