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단군의
홍익인간, 불교의 보살
유교의 군자, 우리 전래의 선비를
모두 아우르는 한민족의
이상적 인간상이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깨달음의 언덕 너머
상구보리 하화중생
천지간에 맑고 밝은 선비 보살
우주 널리 이로움 펼쳐
아름다운 깨달음을 노래할 일이다
작자 미상의 전래 민요인 아리랑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情)과 한(恨)이 녹아든 민중의 노래다. 분단 70년에 이르러 정치 경제적으로 이질화된 체제하에 남북한 주민의 생각과 정서가 멀어졌어도, 민족 고유의 DNA가 새겨진 아리랑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남북 동포가 모인 자리에서는 한가락으로 울려 퍼진다.
10월1일 ‘아리랑의 날’을 맞고 개천절, 한글날을 지나며,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리랑에 담긴 깨달음의 가락을 음미해 본다. 아리랑은 한민족 전래의 풍류를 타고 의식 저변에 흘러 수난의 역사 속에 농축된 민중의 한을 품고 승화시킨다. 지역과 세대를 아우른 순정한 가락에 단순 반복되는 아름다운 후렴구로 이어진다. 2012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아리랑은 구미 선진국들의 작곡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82%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리랑의 우리말 가사는 자신을 버리고 간 정인을 향해 애절한 심정을 호소하는 여인의 한이 담겨 있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 떠나가는 님을 한탄하며 발병이라도 나서 돌아서주기를 갈망하는 노랫말이다.
한편 그 말 그대로 한자로 풀어보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기쁨, 곧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살정신과 선비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드러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我理朗 我理朗 我羅理曜)”에서 아리랑의 ‘아(我)’는 참된 나 ‘진아(眞我)’이고, ‘리(理)’는 알고 통하는 이치이며, ‘랑(朗)’은 밝고 즐겁다는 뜻이니 아리랑은 참된 나를 알고 통하는 밝은 기쁨이 된다. ‘아라리요’는 진아를 펼치고 망라하여(羅) 통함으로 큰 빛이 난다(曜)는 뜻이다. 그리고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란 노랫말은 참나를 외면하고 탐진치에 빠져 오욕락만 좇는 자는 얼마 가지 못하고 고통에 빠진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리랑을 또 다른 한자 ‘雅里郞’으로 읽으면, ‘보살’이 되기도 한다. ‘아(雅)’는 맑고 우아한 깨달음 곧 보제(菩提), ‘리(里)’는 고을 즉 사바중생, ‘랑(郞)’은 젊은이 일러니, 상구보제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하는 젊은이 선남자(善男子), 곧 보살이 된다. 그렇다면 ‘아리랑 고개(我理朗 高介)를 넘어간다’는 것은 참나를 찾기 위해 깨달음의 높은 경계와 껍질, 곧 피안의 언덕을 깨치어 넘어간다는 의미다.
아리랑(雅里郞)을 달리 해석하면 ‘천지인(天地人)’이 되기도 한다. ‘아(雅)’는 맑고 우아한 하늘, ‘리(里)’는 고을이나 주거, 즉 땅, ‘랑(郞)’은 젊은 사나이 곧 사람으로 풀면 천지인이 된다. 즉, 아리랑이 천지 음양의 이치를 터득하고 실천하는 군자요 선비가 됨이다. ‘我(雅)利郞’으로 보면, ‘我(雅)’는 맑고 아름다운 참나 대아(大我), 즉 우주전체를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이어진다.
아리랑은 단군국조의 홍익인간, 불교의 보살, 유교의 군자, 우리 전래의 선비를 모두 아우르는 한민족의 이상적 인간상이다. 아리랑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밝힌 한민족 전래의 깊고 묘한 도리(玄妙之道), 유불선(儒佛仙)을 포함하는 아름다운 풍류도(風流道)가 깃들었으니 민족통일의 그날까지 국제적으로 자랑스럽게 불러야 할 노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깨달음의 언덕 너머 상구보리 하화중생, 천지간에 맑고 밝은 선비 보살, 우주 널리 이로움 펼쳐 아름다운 깨달음을 노래할 일이다.
[불교신문3245호/2016년11월2일자]
손수일 논설위원·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