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프로파일러' 표창원 의원.."내가 본 범죄 중 가장 악질"

정수현 기자 입력 2016.11.07 09:13 수정 2016.11.07 11:44 댓글 1244

“연쇄살인범 등 내가 본 범죄중 가장 악질이다. 엄정하게 수사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무기징역감”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사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어디가 끝인지 가늠조차 오지 않는 정국 소용돌이를 두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이 밝혔다. 최대 20만명이 모인 5일 광화문 집회에 시민들 사이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던 표 의원을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냐는 질문에 “참담한 심정이다”며 운을 뗐다. 한국범죄과학연구소 소장 당시 ‘한국의 셜록’이라 불리며 강력범죄자를 꽤나 잡아봤던 표 의원이 말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들어봤다.

5일 저녁 5시 50분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참석한 표창원 의원. 시민들 사이에서 무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정수현기자
5일 저녁 5시 50분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참석한 표창원 의원. 시민들 사이에서 무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정수현기자
표 의원은 이번 사태가 “범죄 중 가장 악질”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동안 연쇄살인범, 성폭행범 등 많은 파렴치한을 조사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라온 환경이 부족하고 차별받고 학대당한 경험이 있다. 물론 범죄를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납득이 되는 부분은 분명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돈,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세금을 떼먹고, 국가 기간 산업, 외교, 국방 등을 주물럭거린 사상 초유의 범죄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자격도 권한도 없는 개인이 이런 식으로 국가를 농락했다는 건 그동안 만난 범죄 중 가장 악질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라고 소리 높였다.

3일 최순실 씨는 직권남용과 사기미수로 구속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표 의원은 “(둘 다)모든 죄목에 최고 형량을 가하면 무기징역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이 측근에게 국가의 주요 기밀을 유출하고 국정을 농단한 사태는 국민 상식으로 봤을 때 기존 법을 뛰어넘는다. 헌법 1조를 무너뜨린 행위니 헌정 문란으로 볼 수 있고, 또 대통령은 무조건 문서로 지시나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수행법을 어긴 셈이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우려되는 점으로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모두 헌법 정신을 유린한 사실은 확실하지만 형사적으로 구속 요건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모든 것을 총괄할 실정법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정서법상 어떤 명칭을 붙여도 부족할 만큼 나쁜 죄질이기 때문에 현행 법을 쪼개서 본다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어떤 죄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표 의원은 “국가기밀유출, 강요, 협박, 사기, 대통령기록법, 특별범죄가중처벌법, 포괄적뇌물죄, 제3자뇌물공유죄 등 하나하나 붙일 항목은 산더미다.

이런 죄목들은 하나하나 법정 최고형이 가능해서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범죄 행위를 그동안 시민들에게 들이댔던 잣대로 수사하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은 무기징역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는 밤 9시를 기점으로 공식 행사를 종료했으며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정수현기자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는 밤 9시를 기점으로 공식 행사를 종료했으며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정수현기자
표 의원은 무엇보다 검찰이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적인 수사력은 특검이 검찰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사기술, 노하우, 장비 이런 것들은 검찰이 수사해서 증거를 확보해야한다. 그리고 이후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은 특검에게 맡겨야 한다. 과연 그 과정,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권력층의 혐의를 포착한 뒤 검찰이 어디까지 공개할지, 협상을 해서 축소하거나, 적당히 공개하고 나머지는 묻어버리지 않을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통해서 전반적인 진실 규명까지 가야할 것이다. 과거 5공 청문회처럼 과거 권력의 잘못을 낱낱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검찰 인력에 대해 “아마도 검찰 인력이 더 투입돼야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급한 부분, 확인된 부분에 집중된 것 같은데 이제 급한 부분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지는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다른 의혹도 수사해야한다. 그런 부분들은 지능범죄수사부나 다른 특수수사본부에서 차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태에 여당은 방조범을 넘어 ‘공동 정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표 의원은 “그동안 상임위나 국정감사나 법안 통과 문제를 앞에 두고 늘 벽에 막힌 기분이었다. 협상이 되는 듯 하다가도 어디서 지령이 떨어지면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모습들이 많았다”며 “새누리당은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방조범을 넘어서 공동 정범이나 다름이 없다. 이제와서 ‘죽을 죄를 지었다’니 이게 말이 되나. 그건 보여주기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도 이번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지고 관련 의원들은 모두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