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새내기 기자가 본 '5차 촛불집회'
전국민적 '불안·분노', 새역사 만들며 '희망' 승화중
새 출발의 설렘과 옛것과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낌직한 원초적 감정이 이 시대엔 호사일까.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운좋게 기자가 되었다. 입사 일주일 만에 첫 현장 취재는 촛불시위.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지금 꿈틀대는 에너지를 느끼면서도 실망과 허망, 불안감이 기자를 억누른다.
최순실 게이트는 아직 대학생인 수습기자에게 세상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공정한 경쟁 속에서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린다.
사회의 시스템이 완벽할 순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정상의 범주 안에서 사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힘든 정황이 하나둘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은 그렇다 해도 대통령도 정녕 정상범주에서 벗어난 비정상 돌출 아웃라이어이란 말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취준생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 하고 있을 것이다.
기자의 취업소식을 듣고 함께 울며 기뻐해주던 친구들도 광장을 향한다. 학기말을 앞두고 기말시험과 과제로 여념이 없어야 할 시기에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발생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이다.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여온 부패와 부조리의 종합세트가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와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데 국민은 더 충격을 받고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다.
가장 엄격하고 도덕적이어야 하는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에서 가장 허술하고 비합리적인 농단이 시작되어 대학으로, 기업으로 불공정성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16.11.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국민 불복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숙명여대생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분노 속에서 나를 보았다.
26일 150만명이 모인 5차 촛불집회에는 4.19혁명 이후 최초로 서울대 교수들이 단체로 집회에 참여했다. 수능을 치른 고교생들도 같이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촛불을 든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중장년도 광장을 찾는다. 1980년 민주화의 봄과 87년 민주 대항쟁의 이래 처음 느껴보는 보람과 연대감이란다.
첫발을 내딛게 된 사회가 하필 혼란과 불공정의 극단에 몰려 있는 것 같아 위태롭고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불안과 분노에 정지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할 말은 하되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평화로운 시위로 분노의 감정과 사상의 자유을 표현하는 시민. 분노를 희망으로 승화하고 새 사회를 꿈꾸는 시민,
질서와 절제가 녹아든 새 시위 문화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min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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