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靑, 마약류 약물 의문의 다량 처방.. "사실상 중독 수준"

장백산-1 2016. 12. 8. 01:07
뉴스1

靑, 마약류 약물 의문의 다량 처방.. "사실상 중독 수준"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입력 2016.12.07 20:12 댓글 1757
"약물로 보면 청와대는 내부 정신과 혹은 호스피스 수준"
청와대. 2016.1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들어 8종의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과 의료용 마약을 지속적으로 구매·처방해온 것을 놓고 의료계가 의아해 하고 있다.

청와대 내 불특정 다수에 처방됐다면 특별히 문제될 부분은 아닐 수 있지만 이러한 약물들이 소수에만 집중 처방됐다면 '중독'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 처방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암환자 등 중증 통증치료에 쓰이는 의료용 마약까지 처방된 것을 놓고 논란이 가중된다. 해당 마약들은 미국 등에서 문제를 꾸준히 일으키고 있는 중독성 약물이다.

청와대는 마약류 약물 처방이 누구에게 이뤄졌는지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이 청와대 경호실로부터 입수한 '마약류 재산대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취임했던 시기 2013년 2월 이후부터 올해 11월 초까지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5품목과 의료용 마약 3품목을 처방해왔다. 청와대는 이 기간에 총 8개 약제 3124정을 구매해 2504정을 사용했다.

향정약은 자낙스와 스틸녹스, 할시온 그리고 디아제팜과 클로티아제팜이다. 의료용 마약의 경우 코데인과 IR코돈, 옥시코돈·날록손 복합제다.

◇향정약 5종 '수면유도나 항불안용'..마약 3종 '심한 기침이나 중증 통증용'

향정약 5종은 모두 주로 수면유도를 위해 사용하는 약품들이다. 항우울이나 항불안에 쓰이기도 한다.

그중 자낙스는 청와대가 2013년 3월부터 올 11월초까지 기존 재고에 800개를 추가 구매해 현재까지 총 437정을 지속 사용했다.

스틸녹스는 같은 기간 총 978정을 구매(그중 18정은 알 수 없는 특정장소에서 반납돼 추가)한 뒤 현재까지 총 867정이 처방됐다.

청와대는 또 다른 향정약 할시온도 660정 구매해 총 478정을 사용했다. 클로티아제팜은 2015년 1월과 5월 각각 60정씩 처음 구매됐다. 총 115개가 처방돼 5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디아제팜은 2013년 기존 재고량 64정 중 32정만 사용했고 추가 구매는 없었다.

의료용 마약 3개 품목 중에서 중증 통증완화에 사용되는 IR코돈과 옥시코돈·날록손 복합제는 박근혜 정부들어 신규 구매돼 처방됐다.

그중 코데인은 폐렴이나 후두염 등 호흡기 질환에 따른 심한 기침완화에 쓰인다. 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다.

코데인은 기존 이명박 정부시절 재고량 41정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500정이 추가 구매됐다. 그중 472정을 사용했다.

IR코돈의 경우 청와대가 2013년 3월 12일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의약품 공급처가 아닌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처음 10정을 처방받은 뒤 다음달인 4월 4일 관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같은해 11월 26일자에 IR코돈 추가 구매계획이 없다고 별도표기됐다.

또 청와대는 옥시코돈·날록손 복합제 56정을 2015년 10월 12일 처음 구매했다. 총 28정을 사용해 현재 28정이 남았다. 옥시코돈도 2009년 미국의 한 프로레슬러의 과다복용 중독 사인약물로 밝혀질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로 꼽힌다.

8종 모두 자주 사용할 경우 약물 내성과 중독 가능성이 있는 약물들로 알려졌다.

청와대 처방 마약류 8종(윤소하 의원실이 입수한 청와대 경호실 마약류 재산대장 자료 재구성 2013년 3월~2016년 11월초). /뉴스1 © News1

◇"청와대 내부 정신과 혹은 호스피스 수준"

약 3년8개월 동안 총 2504정의 향정약과 의료용 마약이 처방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내 소수에만 처방됐다면 중독이 우려된다는 것이 의료계 일부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처방됐는지 모르지만 특히 자낙스, 스틸녹스 등 3개의 향정약이 많이 처방됐는데 내성이 생기는 약물이라 약제를 돌아가며 처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다수의 환자보단 소수에 처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처방된 8종의 약제들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중독성이 있는데다, 아무리 환라도 마약류 처방이 나오면 잘 안 먹으려 한다는 게 통상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약제들 중 정말 위급할 때 먹는 것까지 포함돼 있어 의구심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디아제팜과 클로티아제팜은 수면유도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항불안 등 정신적 문제에도 많이 사용되는 약으로 아무한테나 처방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마약인 코데인은 엄청난 기침을 할 때 강한 진통제로 쓴다"며 "IR코돈이나 옥시코돈은 암환자들의 강한 통증 등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향정부터 마약까지 이 정도의 처방량이면 거의 정신과나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있는 호스피스 내 처방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옥시코돈 처방에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만성통증에 처방하는 옥시코돈은 (부차원적으로) 공황장애 환자가 먹기도 한다. 일반인에게 잘 처방하지 않고 운동선수 등에 자주 처방하기 때문에 이 약제가 처방된 이유에 대해 주목된다"고 전했다.

익명의 개원가 의사도 "2054개면 365일 매일 먹는다고 했을 때 3년 8개월간 하루에 1개 이상 먹는 꼴이다. 보통 신경과민이나 우울증상에 쓰이는 약들도 포함된 것을 봤을 때 이 정도의 의존성이면 과거에도 복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수에 처방됐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처방량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내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수의 사람이 먹었을 때 약물 의존성이 의심되기도 하고 졸피뎀 867정이 과한 것 같긴 하다"면서도 "다만 다수가 먹었다면 문제가 될 만한 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 역시 "다수의 환자에게 썼다면 3년 8개월간 처방된 약 수량치곤 많다 적다를 확실히 구별할 정도는 아니"라며 "특히 자낙스는 구조상 향정약에 들어갔을 뿐 강력한 중독성이 강한 약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