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특검 "이재용, 최순실 존재 작년 7월 대통령 독대땐 알았을 것"

장백산-1 2016. 12. 21. 12:12

한겨레

[단독] 


특검 "이재용, 최순실 존재 작년 7월 

대통령 독대땐 알았을 것"


김정필 서영지 입력 2016.12.21 05:06 수정 2016.12.21 10:36





"올해 2월께 알았다" 국조 위증 의혹
이재용, 작년7월 박대통령 독대 직후
박상진, 최씨 모녀 지원 논의 '독일행'
특검 "늦어도 독대뒤 인지, 증거 많다"

정유라 지원 결정권자는 이재용?
박상진 통화내역 등서 개입흔적 확인
박 "지원배경 몰라"..윗선 지시 시사

특검, 대가성 확인에 수사 초점
지배구조 개편 등 정부지원 절실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거래 개연성

정권 초기부터 미리알고 베팅?
최순실이 손댄 창조경제센터 지원
이부회장, 직접 방문에 400억 투자

[한겨레]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지난해 7월께 최순실씨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을 특검이 파악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앞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최씨의 존재를 올해 2월께 알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어 위증 의혹도 일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 지원에 대한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이 부회장을 우선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삼성 관련 수사자료를 검토한 결과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부회장이 알게 된 시점이 늦어도 2015년 7월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를 언제 알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주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을 독대할 때는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올해 초쯤 알았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국회증언감정법(14조)은 국회에서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과 검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30~40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며칠 뒤인 7월 말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로 곧장 출국해 최씨 모녀 등을 만나 지원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검은 2015년 초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단을 맡은 뒤 같은 해 5월 본격적으로 최씨 모녀 지원을 위한 계획을 실행했으며, 승마협회 회장인 박 사장은 이를 위한 삼성 쪽 실무팀장을 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검찰이 압수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내역 등 각종 자료에서 박 사장이 최씨 모녀 지원 상황과 관련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 부회장과 지시 및 보고 관계에 있는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박 대통령 독대 후 최씨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들은 많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 특수본은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달 말 박상진 사장을 3차 소환해 이 부회장의 지시 및 보고 관계를 따져 물을 예정이었으나 박 사장이 급성맹장염 수술을 이유로 소환조사 연기를 요청했고, 특검 출범과 함께 특수본 수사가 종료함에 따라 이 부분을 조사하지 못했다. 박 사장은 검찰 특수본의 1, 2차 조사에서 자신은 최씨 모녀를 지원하게 된 배경은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해 ‘윗선’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검은 지난 19일과 이날 각각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을 잇따라 불러 이 부회장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 관계자는 “박 사장과 장 사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들의 진술 내용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을 조만간 불러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해 나눈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박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최씨 모녀 지원을 지시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은 삼성 쪽에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이 부회장은 청와대 쪽에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정부의 포괄적 지원을 서로 주고받았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삼성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려면 정부가 특혜를 줘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검이 주목하는 부분은 현재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전자가 검토하고 있는 지주회사 전환은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이다. 삼성전자가 두 개의 회사로 형식상 쪼개지면 현행법상 삼성전자는 보유 중인 자사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18%에 불과한데, 여기에 13%가 넘는 자사주 의결권을 더하면 지배력이 대폭 강화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높임으로써 경영권 승계와 복잡한 지배구조를 마무리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법적 걸림돌을 해소하는 작업이 필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완성하려면 정부가 도와줘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삼성이 이를 지렛대 삼아 박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검은 삼성이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최씨의 존재를 알고 최씨 모녀에게 일찌감치 ‘베팅’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인 2013년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한 뒤 관련 사업을 벌일 때마다 장단을 맞춰왔다. 박 대통령은 제1 국정사업으로 창조경제를 강조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경제의 핵심 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란 명분으로 추진됐다. 삼성은 2014년 9월 1호 센터인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으로 센터 두곳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 부회장은 직접 센터를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이기도 했다. 검찰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씨의 손을 거쳐간 사업인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2013년 9월10일 최씨는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 시안을 박 대통령보다 20일 전 입수해 수정한 바 있다.

서영지 김정필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