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박 측, 고영태 녹취록 들고 반격 나서?

장백산-1 2017. 2. 11. 14:25

朴 대통령 측, 고영태 녹취록 들고 반격 나서


헌재 “녹취파일 2,000개 보내달라” 검찰에 요청

高 “재단 장악… 농담으로 한 얘기 사실 아니다”

“녹취파일은 국정농단 사태 본질 아니다” 지적도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최순실 씨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고영태(41) 더블루K 전 이사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등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검찰에 김수현(37) 고원기획 대표의 휴대폰 녹취파일 2,000여개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하루 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제12차 변론기일에서 이 같이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고 전 이사와 김 대표가 함께 재단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다는 게 대통령 측이 녹취파일을 통해 증명하려는 내용의 골자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단을 설립해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부정하려는 취지다.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친박단체도 ‘2월 11일(토) 제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집회, 왜 태극기를 들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내고 국정농단 사태가 사실은 고 전 이사 등의 사기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광고에 실린 김 대표의 녹취록에는 최모(최철 문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추정)씨가 “36억짜리 연구가 선정되게 해야 하는데 내가 밀고, 고영태는 누나가 알아서 처리해요”라고 말하자 지인으로 보이는 이모씨는 “이런 거는 말이 나오면 안 되고 잘 해야 해. 너, 고영태 등등 나눠 먹으면 되는 거야”라고 답했다.

그러나 녹취록의 대화가 일부만 공개된 만큼 대화 속에 숨겨진 실제 의사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에 대한 제9차 공판에서도 고 전 이사의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고 전 이사는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농담일 뿐”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녹취록에서 고 전 이사는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사무총장을 쳐내고 내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을 앉히고 우리 사람 데려와서 우리가 다 장악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러면 좋지”라며 “형, 괜찮다니까요. 계산 맞추면 그거 아니고 다른 거 할 수도 있어”라고 고 맞장구쳤다. 최순실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최씨가 대통령과 측근이라는 점을 이용해 노승일ㆍ박헌영ㆍ김수현으로 재단을 장악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보인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고 전 이사는 “농담으로 한 얘기일 뿐 절대 아니다”고 맞섰다.

이처럼 박 대통령 측과 친박단체, 최씨의 변호인이 모두 고 전 이사의 녹취록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한 중견 변호사는 “(고씨 녹취록은) 탄핵심판이나 최씨 재판의 핵심사항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 아니다”며 “검토는 하겠지만 본질적인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