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이재용 영장 재청구 방침, 짙어지는 박근혜 혐의
입력 2017.02.13 05:06 수정 2017.02.13 08:36[한겨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3일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법원이 지난달 19일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하자 추가 수사를 통해 이번 주중 뇌물공여 등 혐의로 다시 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7월 ‘박근혜-이재용 독대’ 뒤인 10월 삼성이 최순실씨의 차명회사 코어스포츠에 정유라 승마지원비를 보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뒤 신규 순환출자 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 등을 대가성의 증거로 보강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 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편의 등의 ‘대가’를 얻은 것은 물론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한데다 기업조직을 동원한 은폐 등 ‘증거인멸’ 우려도 큰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보완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는 적절하고 당연한 조처다.
이는 뇌물을 받은 박 대통령의 혐의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유라를 콕 짚어 지원하라고 했다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증언이나 재벌 총수 독대 전 ‘말씀자료’들, 추가 확보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공정위의 ‘외압일지’ 등 증거와 증언들은 차고 넘친다.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뿐만이 아니다. 공문서 유출과 블랙리스트를 통한 직권남용 등 형사범죄 이외에 법치주의와 시장경제질서, 언론자유 등 헌법 원칙을 유린한 것을 포함하면 그 죄악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증거가 뚜렷해지자 박 대통령 쪽은 막가파식으로 나오고 있다. ‘중대한 국익 침해’가 아니면 거부할 수 없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마저 막무가내로 막아서고, 특검 수사에도 불응하면서 탄핵심판은 시간 끌기로 대응하고 있다.
지도자로서의 책임의식이나 공직자 윤리는커녕 인간의 도리마저 내팽개친 행태다. 수개월째 국민이 엄동설한에 주말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며 제 한 몸 빠져나갈 방법만 찾고 있다.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측근과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헌재 의견서를 보면 과연 인간의 심장을 가진 존재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공문서 유출은 내가 시키지 않았으니 정호성 비서관, 블랙리스트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김기춘-조윤선 라인에 책임을 돌렸다. 경제·안보 위기를 수습해 나가야 할 귀중한 시기를 낭비하게 하고, 극단세력을 사주해 정치적 욕심만 채우려는 철면피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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