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비워야 크게 얻는다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놓는 마음으로 하라. 어떠한 보상이나 칭찬도 기대하지 말라.
조금 놓아버리면 조금의 평화가 올 것이다. 크게 놓아버리면 큰 평화가 올 것이다.
만일 완전히 놓아버리면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얻을 것이다."
일본 명치 시대의 선사(禪師)였던 '남은(南隱)'에게 대학교수가 선문답(禪問答)을 하러 왔었답니다.
남은 선사는 손님인 대학교수의 잔에 차를 가득 따르고 나서도 계속 부었답니다.
"차가 넘치고 있습니다. 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교수가 말하자,
남은 선사는 "당신은 이 잔과 같소. 선생께서는 아집(我執)과 사견(私見)으로 가득 차 있소.
선생이 먼저 그 잔을 비우지 않는 한 어떻게 내가 선(禪)을 말할 수 있겠소."라고 말했다 합니다.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의례 넘치리만큼 이것 저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유가 없는 마음은 용서(容恕)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과거의 섭섭한 기억을 놓아 버려
텅~비우는 마음은 일종의 치료약이 되는 용서하는 마음입니다.
공자께서도 군자가 일생 행할 일은 서(恕; 같을 '如' + 마음 '心') , 즉 마음을 같이 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서로간에 입장을 바꿔 마음을 같이 해보면 곧 마음이 비워지면서 병도 호전됩니다.
여기 최근의 기사가 용서를 웅변으로 증명해주는 아주 좋은 예가 있습니다.
남을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면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정신이나 육체가 건강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ABC방송이 전하고 있습니다. 미시건주 호프대 연구팀은 최근 7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용서’와 ‘신체반응’의 연관성에 관한 내용을 ‘심리과학’지에 발표했답니다.
연구팀은 먼저 학생들에게 16초간 ‘마음의 상처를 입은 순간의 고통과 풀리지 않는 유감’을 떠
올리게 한 뒤 신체변화를 측정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정상일 때 분당 26회 수준이던 심박동수가 분당 39회 수준까지 치솟았고, 혈압도 2.5㎜/Hg
정도 올라갔다는 것.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한 뒤 다시 16초간 ‘그 사람을 이해하고 개인적
장점을 떠올리며 용서하려는 마음’을 생각하게 하자 심박동수가 평균 0.5회 정도 떨어지고 혈압도
정상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합니다.
필자는 현재 서해의 섬에서 전국에서 모인 한의대생들과의 40일간의 합숙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졸음과 배고픔, 노동과 과제 및 시험, 그리고 의료봉사의 힘든 여정은 여전합니다. 마침 원나라의 경전
식경(食經)의 양생법(養生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섭생을 잘 하는 자는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 않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욕망을 자제하고,
감정을 절제하고, 원기를 아끼고, 언어를 간단히 하고, 득실을 가벼이 여기고, 근심 걱정을 없애고,
분별 번뇌 망상을 없애고, 좋고 나쁜 분별을 멀리하고, 보고 듣는 것을 조절하고, 마음을 굳게 하는
데 힘써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하면, 어찌하여 병환이 일어나겠는가."
수능 1%대의 입학성적과 사회적으로 높아진 한의대의 위상으로 좀 우쭐해져 제자로서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데는 약한 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의학적 치료혈 자리나 처방의
지식에는 귀가 쫑긋하다가 이러한 원론의 영적인 글을 건성으로 읽지는 않나 걱정되는 시간입니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도 피아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에게는 수강료의 반을 깎아주고
피아노를 제법 쳤다는 학생은 오히려 그 두배를 받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바둑계의
유명한 사범인 사까다라는 분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입문하는 제자는 초단까지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어설프게 배운 사람은 고수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태도가 비단 40일 강좌에 참여한 한의계의 고수를 지망하는 한의대생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투병의 길에 있는 모든 이와 인생의 고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자세임에 틀림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비어있는 잔으로 만드는
일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기술과 의료지식의 전달보다는 수강생의 자아의식인 교만한 에고(Ego)의식을 타파하는
과정이 더 힘겨웁고 그 점에 더욱 중점을 두고픈 강좌이기도 합니다.
- 금오 김홍경, 한의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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